흔히 특정 분야에 몰두해 있는 사람을 ‘덕후’로 부른다. 표준어는 아니다.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오덕후’의 준말이다.

 덕후 얘기를 꺼낸 이유는 요즘 방송이나 유튜브, 실생활에서 보면 이러한 사람이 바야흐로 인정 받는 시대가 온 것처럼 느껴져다.

 게임이나 스포츠, 패션·뷰티 등 과거에 단순 취미활동으로 치부하던 아이템을 활용해 유튜브 방송을 제작해 수천만 원에 달하는 고수익을 올리거나 창업에 나서 성공한 CEO로 출세한 이들을 보면 절로 그런 생각이 든다.

 과거에는 한 분야에 깊게 빠져있는 사람을 ‘○○광’으로 불렀던 탓인지 주변에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컸다.

 이 글을 쓴 기자도 한 때 영화광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한 해 극장과 DVD, 비디오로 본 영화 편수가 300여편에 달했을 정도로 많은 영화를 봤다. 예술영화부터 상업영화까지 보는 장르도 다양했다.

 영화에 빠져 살면서 자연스럽게 장래희망도 영화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 등 영화산업 종사자를 꿈꿨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달가워하지 않았다. 한 번은 수능을 몇 개월 앞두고 담임교사에게 한국예술종합학교 입학시험을 보겠다고 얘기를 꺼냈다가 호되게 따귀 한 대를 맞았던 경험도 있다.

 대학에 진학해서는 문학에 맛이 들리는 바람에 방구석에 처박혀 책 읽는 재미에 빠져 살았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으면서 느꼈던 희열은 지금까지도 인생을 통 틀어 가장 기억에 남아있는 순간이다.

 세월이 지나고 어느새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영화와 문학에 빠져있던 스무살 청년은 언론사에 입사해 현재 기자로 살고 있다.

 특이한 점은 내 의도는 아니었지만 잘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 사회부 마니아처럼 비춰질 수 있도록 십여년째 사회부만 담당하고 있다.

 그 사이 그토록 좋아했던 영화와 문학은 생업의 무게에 묻혀 어쩌다 시간이 나면 마주하는 신세로 전락해버렸다.

 마흔 살이라는 나이를 앞두고 이미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가늠하면서 덕후의 흔적을 지우면서 살아왔던 게 잘한 행동이었는지 스스로 자문해본다. <박종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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