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청와대가 국가유공자·보훈가족 초청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손을 맞잡은 사진이 수록된 책자’를 나눠줬다고 한다.

사랑하는 자식과 배우자, 부모의 생명을 앗아간 혐오스러운 독재자의 얼굴이 유족을 위로하는 밥상머리에 올려졌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결례는 이틀 후에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6일 현충일 추념식에서 "애국 앞에 보수와 진보가 없다", "좌우의 이념, 적대에서 탈피하자"며 김원봉을 치켜세웠다. 비록 순수한 의도와 원론적인 취지에서 언급했다 하더라도 때와 장소가 틀렸다. 김원봉은 의열단을 이끈 독립운동가였지만, 해방 후 월북해서 북한 초대 내각에 참여한 인물이다. 특히나 6·25 남침 공로로 북에서 훈장까지 받은 사람을 광복절도 아닌 현충일에 끄집어 냈으니 유족 입장에서 유공자들의 희생과 공로를 모독하는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현충일은 북에 의해 자행된 한국전쟁과 이후 도발로 순직한 호국 영령을 추모하는 엄숙한 날이다.

 물론 대통령 말처럼 애국 앞에 보수와 진보가 나뉠 순 없다. 하지만 좌우 이념의 좌(사회주의)에 북한이 포함될 수 없다는 점도 명확히 해야 오해가 안 생긴다. 북한은 김정은이 법과 제도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자의적으로 통치하는 전제주의 사회일 뿐이다. 6·25 남침과 도발, 인권탄압 등 역사상 한민족의 목숨을 가장 많이 앗아간 3대 세습 독재정권이기도 하다. 이러한 북한의 정체성이 대통령이 언급한 보수와 진보, 좌우 이념에 포함될 순 없을 것이다.

 게다가 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방안 연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이 통일보다는 경제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북한이 한민족이라는 이유로 하나의 국가를 이뤄야 한다’는 데 대해선 16.3%(매우 동의는 3.52%)만, ‘통일을 위해서라면 조금 못살아도 된다’는 데 대해선 17.1%(매우 동의는 1.98%)만 동의했다.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은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 아니며, 북한을 위해 경제적 부담을 짊어질 의사도 없는 것이다. 이제는 청와대도 북에 대한 착(着)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이번처럼 뜬금없고 괴리감 큰 결례를 국민에게 두 번 다시 범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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