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리틀 태극전사들’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36년 묵은 4강 진출의 꿈을 이뤄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축구대표팀은 9일(이하 한국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U-20 월드컵 8강에서 연장 접전(3-3)에 이어 승부차기 혈투 끝에 3-2로 이겼다.

▲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9일(한국시간) 열린 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한국과 세네갈의 8강 후반, 주심(오른쪽)이 세네갈 진영 페널티지역에 있던 이지솔이 수비수에 밀려 넘어지자 비디오 판독(VAR)을 하는 사이 정정용 감독은 그라운드 쪽으로 이동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9일(한국시간) 열린 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한국과 세네갈의 8강 후반, 주심(오른쪽)이 세네갈 진영 페널티지역에 있던 이지솔이 수비수에 밀려 넘어지자 비디오 판독(VAR)을 하는 사이 정정용 감독은 그라운드 쪽으로 이동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반부터 공세를 강화한 한국은 전반 37분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들어 행운의 페널티킥 찬스를 얻었다. 키커로 나선 막내 이강인(발렌시아)은 침착하게 왼발 인사이드 슈팅으로 왼쪽 구석을 꿰뚫어 득점에 성공했다.

이후 세네갈에 페넬티킥골을 허용해 1-2로 밀린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8분 무렵, 이강인의 정교한 크로스를 이지솔(대전)이 달려 나와 헤딩으로 연결해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한국은 연장전에 들어서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마침내 연장 전반 6분 역습 상황, 이강인이 수비수 3명 사이로 찔러준 패스를 조영욱(서울)이 받아 문전으로 쇄도해 오른발로 대포알 슈팅을 날려 골네트를 출렁였다. 그러나 한국의 승리로 마무리될 무렵 다시 동점골을 허용해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한국은 1·2번 키커 김정민(리퍼링)과 조영욱의 실축, 3·4번 키커 엄원상(광주)과 최준(연세대)의 득점, 상대 키커들의 실축 속에 2-2 상황을 맞았다.

한국 마지막 키커로 나선 오세훈(아산)의 오른발 슈팅이 막힌 뒤 주심은 세네갈 골키퍼가 반칙했다고 판단해 재차 슈팅을 선언했다. 오세훈은 과감하게 정면에 꽂는 슈팅을 성공시켰고, 세네갈 마지막 키커의 슈팅이 공중으로 뜨면서 한국의 3-2 승리가 완성됐다.

한국의 4강 진출은 골키퍼 이광연(강원)의 선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조별리그 2승1패를 기록하는 동안 2실점(3골)으로 막아냈다. 16강전 무실점 방어에 앞장섰고 8강전 승부차기 직전까지 3실점했지만, 위기 때마다 몸을 날려 세네갈의 공세를 막아냈다.

‘막내형’ 이강인의 원맨쇼도 빛났다. 이날 정정용호 2선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이강인은 황금 왼발로 1골2도움을 기록해 한국이 뽑아낸 3골 모두 관여했다.

연장 전반 6분 이강인의 패스를 받아 세네갈의 골망을 흔든 팀의 맏형 조용욱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조별리그 3차전 결승골을 터뜨렸던 조영욱은 비록 세네갈전 승부차기에선 실축했지만, 그의 연장전 골 덕분에 경기를 막판까지 끌고 갈 수 있었다.

조영욱은 2017년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 이어 팀 내 유일하게 U-20 월드컵을 두 번째 치르고 있다. 이번 대회 모든 경기에 출전한 그는 16강전에서 이미 U-20 월드컵 한국인 최다 경기 출전 기록(종전 7경기)을 갈아치웠다. 세네갈전 출전으로 그의 최다 출전 기록은 9경기로 늘었다.

세네갈전은 비디오 판독(VAR)의 묘미가 제대로 드러난 한판이었다. 전후반 90분에 연장전 30분까지 공식 경기 시각은 120분이었지만 태극전사들은 부상 치료, VAR 판정에 따른 추가시간으로만 15분여를 더 뛰는 극한의 대결을 견뎌냈다. 추가 시간의 대부분은 VAR 판정에 따른 경기 지연이 차지했다. 전후반 90분 동안 5차례 VAR 판정이 이어지는 동안 태극전사의 얼굴에는 희비가 교차됐다. 이지솔(대전)이 세네갈 수비수에 밀려 넘어져 페널티킥 선언, 핸드볼 반칙으로 세네갈의 득점 무효 선언 등이 이어질 때마다 ‘승부의 추’는 한국으로 기울어졌다.

한국은 승부차기 때에도 ‘VAR 행운’을 잡았다. 2-2 팽팽한 상황 속에서 오세훈의 슛이 선방에 막히는 듯했다. 하지만 주심은 VAR 판독을 통해 상대 골키퍼가 킥 직전 골라인을 먼저 뛰어나온 모습을 포착했다. 결국 다시 슛을 시도한 오세훈이 득점하면서 한국은 4강행을 결정지을 수 있었다.

한국의 4강 상대인 에콰도르는 조별리그(B조)에선 부진했지만 토너먼트에서부터 확 달라진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16강에선 우루과이에 3-1, 8강에선 미국에 2-1 승리를 거뒀다. 한국 U-20 대표팀과의 전적은 1승1패다. 전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월드컵 개막 직전에 평가전에선 한국이 이강인의 골을 앞세워 1-0으로 승리했다. 한국도 에콰도르도 4강(12일) 맞대결에서 승리하면 ‘사상 첫 결승 진출’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 /연합뉴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