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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직업

신효성 국제PEN한국본부 인천지역부회장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9년 06월 11일 화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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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효성 국제PEN한국본부 인천지역부회장
만년필로 꾹꾹 눌러 가슴에 새기듯 시를 썼던 자존심으로 버티는 거야. 가난한 그것도 가장 가난한 직업이 시인이라고 떡하니 공개를 했더라고. 노시인의 눈빛에 맑은 정기가 가득한데 몸은 이곳저곳이 재난 발생이라 근심거리가 됐다고 한다. 병원비 댈 방도가 없어서 평생을 글쟁이로 살아온 처지가 민망할 지경이라며 모지리지 모지리야, 자조 섞인 말에 가슴이 저려왔다.

 내 주변의 글 쓰는 작가들 중에서 원고료나 저작권료로 생활이 가능한 작가를 거의 보지 못했다. 어느 분야든 상위 10%가 독식하는 구조라고 한다지만 글 쓰는 작가의 경우에는 글을 써서 발생하는 수입을 소득이라고 차마 공개하기가 민망한 실정이다. 시인은 가난해야 시인이지 배부르면 시 못 써. 노시인의 자조 섞인 해탈에 쿨럭쿨럭 묵은 기침이 터져 나왔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표한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 자료라고 한다. 표본으로 차출한 직업 639개 중에서 조사한 대한민국 직장인 평균 연봉이 4천만 원을 넘었는데 시인은 가장 가난한 직업으로 평균 연봉이 542만 원이라고 한다. 다음이 수녀님으로 1천262만 원, 신부님이 1천471만 원으로 천주교 성직자이고 연극인과 뮤지컬 배우가 1천481만 원으로 다음 순위였다. 소설가는 9위로 1천566만 원이라고 한다. 2016년 통계인지라 약간의 변동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문인에 대한 소득 수치가 나아졌을 것 같지는 않다.

 소설가라는 명패를 달고 작품 활동을 하면서 소설로 돈 벌어야지 작심을 해 보지 않았다. 일찌감치 능력이 부족하다고 인정을 한 것인가, 소설가 평균 소득 1천566만 원은 까마득한 액수다. 생애의 일부 또는 전부를 창작에 바친 소설가의 입장에서 환성 한번 받지 못했다는 서글픔이 밀려왔다.

 저작권이라는 말이 작가들 사이에 오고간 지가 오래 되지 않았다. 소설을 쓰는 것으로 만족을 했고 한 편의 글이 완성되면 창작의 고통은 눈 녹듯 사라졌다. 그것으로 만족했다. 대중문화처럼 고밀도로 조직화된 마케팅까지는 아니어도 영혼을 베어내 완성한 글에 품격을 더해주는 일은 작가의 몫이다는 말에 공감을 했다. 인생 선배이면서 문인으로서도 대선배인 노시인의 말씀을 들으며 소주 몇 잔을 마신 날의 회고다.

 노래방에서 선곡한 노래를 부르면 작곡가, 작사가, 가수에게 저작권료가 지불된다. 문인에게는 이런 저작권료가 없다. 문인협회에서 문학 작품에도 저작권료를 명문화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도서관에서 빌려주는 책의 저자는 당연히 저작권자로 저작료를 지불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그동안은 무료가 당연해 무슨 도서 대출에 저작권료를 받느냐 받아들이기 불편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무료가 당연한 것은 아니다. 작가의 창작품에 대한 권리를 인정해주는 날이 오리라 기대해 본다.

 그날 노시인과 모임에서 또 다른 작가가 털어놓은 말이다. 자서전을 출판해 자수성가한 불굴의 인생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던 칠십 연세의 어르신이 노트에 적은 글을 보여주며 잘 다듬어 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한다. 글은 자화자찬하는 이야기를 중구난방으로 적어 놓아 작가는 고심하며 글을 다듬어 줬다고 한다. 이 분은 큰 장소를 빌려서 세상 인연 있는 모든 사람들을 초대해 성대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한다.

 사돈의 팔촌은 물론이고 손톱만한 인연이라도 본인을 빛내줄 사람이다 싶으면 마이크를 잡고 참석한 사람도 참석하지 않은 사람도 긴 시간을 할애해 이름을 부르며 소개를 했다 한다. 정작 글을 다듬어 준 작가는 이름도 불리지 못하고 축하금 넣은 봉투만 전달하고 왔다고 했다. 더 가관인 것은 고마운 턱을 낸다며 곱창구이 식당으로 부르더니 친구 둘을 데리고 와서는 자서전 출판을 하라고 부추겼다 한다. 김사장, 정사장, 이 소설가한테 글 좀 다듬어 달라고 하면 자서전 한 권 뚝딱 나와. 수고했으니 나중에 술 한잔 사면 되는 것이고. 글 손봐주는데 뭐 돈 드는 것도 아니잖아, 좀 해줘. 어깨를 툭툭치는 손을 뿌리치고 나왔다며 자괴감으로 불면증까지 왔었다고 얼굴을 붉혔다. 부디 시인이 가장 가난하다고 호명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문인이 대우 받는 사회는 순수하고 넉넉하면서 재미지고 즐거울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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