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대표 유산이자 전 세계가 인정한 유물인 남한산성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전 세계인과 후세에 남기기 위한 노력이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되고 있다.

 매년 정부 차원은 물론 지자체 차원에서도 예산을 들여 남한산성을 복원하고 문화행사 등을 개최하면서 남한산성을 보존하고 민간의 관심도를 제고하는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복원 및 발전계획은 남한산성이 지닌 문화적·역사적 가치를 온전히 담아내기에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근래 문화유산 가치를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시되는 지역공동체와의 소통 부재는 큰 과제이다.

 지난 4월 경기도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 주최로 열린 ‘세계유산 남한산성, 새로운 길을 묻다’ 포럼에서는 세계를 품는 남한산성이 되기 위해 지역주민과 함께 나아가야 할 정책 방향 모색과 함께 오랜 시간 남한산성이 우리 지역을 지켜왔듯이 이제 우리가 남한산성을 어떻게 지켜 나갈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 남한산성 동문.
# 세계유산 남한산성을 위한 정책 방향

 박동석 국제문화재전략센터 이사장은 "세계적으로 문화재 시장(市場)이 성장하고 있는 추세 속에서 남한산성 역시 독자생존에 있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유산"이라고 주장했다.

 박 이사장은 "대신 세계적인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덩치를 키우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 부분에 대해 퀀텀점프(Quantum jump, 기존의 환경·틀·구조·방식을 바꿔 단기간에 거대한 도약과 발전하는 것) 방식의 정책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세계 각국이 문화재를 수익성이 높은 건전한 투자상품으로 평가하면서 ‘보존’ 중심에서 문화재 가치를 확산하는 ‘활용’ 정책으로 관리체계가 변화되고 있고, 여가문화가 확산되면서 문화재를 향유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시장의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적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 지난 4월 경기도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 주최로 열린 ‘세계유산 남한산성, 새로운 길을 묻다’ 포럼의 모습. <경기도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 제공>
 또 "문화재를 향유하는 방식도 기존에 구경만 하던 ‘관람’ 중심에서 오감을 자극하는 ‘체험’ 중심으로 변모해 가는 시장의 흐름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박 이사장은 "남한산성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정책환경, 수단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의미)을 접목해 5G 시대의 사회역동성을 담은 미래지향적 정책 및 제도 구조조정을 시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유산 남한산성이 지닌 시간의 흔적을 활용해 공존·공생·공유하는 문화재로서의 가치와 역사의 빛을 피우는 문화재, 미래가 보이는 문화재 등으로서의 브랜드화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가진 문화재이자 다양한 문화로 국민소비자와 소통하는 문화재’라는 남한산성 브랜드 구축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역과의 상생관계를 통한 발전 방안

 박성진 ㈜예문관 대표는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이 추구하는 목적은 상호보완적이고 유기적인 관계로 생각해야 한다"며 "남한산성 정책의 지향점은 지역과의 공존·상생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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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남한산성은 지역의 특수성과 문화를 상징하는 요소들을 함축하고 지역 특유의 특성과 지역 문화가 기초돼야 한다"며 "특히 지역 유산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과 애정도가 높을수록 중요성은 더욱 빛을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으로도 문화유산과 지역공동체와의 상생은 주요인이자 평가가치가 되고 있다. 해당 유산이 위치한 지역의 환경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거주하며 관리하는 지역주민, 유산관리자, 자원봉사자 같은 지역공동체들과의 협의와 상생이 매우 중요한 조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 지난달 남한산성에서 열린 남한산성면 주민자치위원회의 바자회 모습. <광주시 제공>
 세계유산위원회는 세계유산의 진정한 보호를 위해 2007년 세계유산협약을 위한 전략목표 4가지(신뢰·보존·역량 강화·소통)에 더해 ‘지역사회 역할 증대’를 포함했다. 세계유산의 가치를 키우는 데 있어 관리주체의 자발적인 참여와 공동체 참여 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실제 전 세계적으로 각 지역의 세계유산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국립공원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역 원주민에게 초점을 맞춰 원주민 참여를 위한 자문위원회 설립, 국립공원관리청 고용, 경제적 혜택 등을 보장하고 있으며,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국립공원 역시 지역공동체가 사회개발프로젝트를 개발하면 당국이 기술 지원과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 지난해 남한산성 문화제 모습. 조선후기 군영 악대 중 최대 규모였다는 남한산성 수어청의 ‘취고수악대’ 퍼레이드 모습. <광주시 제공>
 박 대표는 "세계유산의 지속가능한 보호에는 지역공동체의 자발적인 참여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며 "남한산성의 미래는 지역공동체의 손에 달렸고, 그들이 남한산성을 보존·관리하기 위해 효과적으로 권한을 부여받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미흡해 지역주민들의 역량 강화와 참여 보장을 이끌지 못하면서 주민 참여 확대에 대한 요구가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우선적으로 행정기관과 지역주민들의 소통의 기회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특히 민·관·학계의 불일치하고 있는 남한산성 발전 구상을 소통을 통해 좁히는 한편, 남한산성 지역 활성화를 위해 주차장, 도로, 주차장 연계 모노레일 등 국가 차원의 인프라 구축 및 주변 도시가 공동 참여하는 축제 개최, 순례코스 다변화 등의 문화적 접근을 통해 지역주민과 남한산성이 공생·발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진욱 기자 panic82@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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