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 해결이 늦어지면서 주민들이 직접 자구책 마련에 나서는 분위기다.

주민들은 지역 상권 살리기 및 물 나눔 캠페인 등을 벌이며 사태 극복에 힘을 쏟고 있다.

10일 서구의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최근 사용한 생수 병을 버리지 않고 인근 지역에서 물을 떠와 재활용하는 캠페인이 진행 중이다.

인근 지역인 경기도 김포시의 가정과 가게 등도 이러한 소식을 듣고 무상으로 물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실제로 김포지역 단체들은 적수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을 위한 모금 운동을 벌여 생수 2천여 병을 두 차례에 걸쳐 지원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검단·검암지역 커뮤니티 ‘너나들이 검단·검암맘’은 적수공급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음식점 돕기에 나섰다.

운영자 이수진(43) 씨는 최근 ‘우리 지역 음식점들을 살립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생수로 음식을 하는 지역 음식점을 주민들이 직접 홍보하자"고 제안했다. 마진을 손해 보면서 생수로 힘들게 음식을 준비하는데도 손님이 찾아오지 않는 음식점 정보를 공유하자는 것이다.

이 글에는 생수로 음식을 하는 것으로 파악된 식당 사진 등을 공유하는 댓글이 수십 개 달렸다.

이 씨는 "붉은 수돗물 사태가 수습되지 않고 장기화하면서 많은 사람이 지치고 힘들지만 주민 스스로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옆 동네 사람들도 자발적으로 더 힘든 사람들을 돕겠다고 나서줘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시작된 붉은 수돗물 사태는 이날로 12일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주민들은 수질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서구뿐 아니라 중구 영종지역 커뮤니티에서도 "수도꼭지에 설치한 필터가 얼마 지나지 않아 붉게 변했다"는 내용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청라국제도시 등 일부 지역 단체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지역 정치인 소환 및 행정소송 등을 예고하기도 했다.

정부 합동조사반은 지난 7일부터 풍납취수장에서 서구 가정집 수도꼭지까지의 수돗물 공급 전 과정을 조사하는 등 적수 발생원인 규명 활동을 진행 중이다.

이번 사태 이후 꾸려진 민관합동조사단 단장을 맡은 김진한 인천대 교수는 "주민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수돗물이 나올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현재로서는 정부 합동조사반의 원인·수질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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