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가 청와대 국민청원제도를 본따 개설한 시민청원 전용창구 ‘두드림’을 운영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청원 동의자가 30일 이내에 4천 명을 넘어설 경우 시장 등이 영상으로 해당 청원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여기서 청원제도 도입취지를 언급하는 건 그야말로 뱀에 다리를 그리는 일이다.

 시가 청원제도를 도입한 뒤 처음으로 청원이 성립한 사안은 ‘한보라마을 물류센터 허가 취소’ 건이다. 해당 청원은 지난 5월 4일 마감일까지 4천228명이 동의했다. 11일 현재 청원이 종료된 181건 가운데 유일하게 청원이 성립된 사안이다. 대단위 아파트 단지와 학교가 밀집한 지역에 대형 물류센터가 입지할 경우 학생들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을 것이라는 청원 취지가 공감을 샀다는 뜻이다.

 이에 백군기 용인시장이 지난 7일 ‘답’을 내놨다. 백 시장은 해당 부지에 물류센터가 허가된 배경을 설명한 뒤 "주민여러분께서 우려하시는 안전문제, 특히 우리 아이들이 등하교 시 대형차량 이동으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저 또한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대형차량 이동에 따른 아이들의 안전문제 등 주민 여러분들께서 우려하시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사업주와 적극적인 협의를 포함해 다각적인 해결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부연했다. 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11일 정오 현재 해당 답변 영상은 조회수 907회를 기록한 가운데 ‘마음에 든다’(13명)는 쪽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121명)는 쪽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반면 시청 내부에서는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감안한 전략적 답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본게임을 하면서도 연장전과 승부차기까지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짜야 한다는 얘기인 셈이다. 36년 만에 4강신화를 재현하고 새 역사에 도전할지, ‘허가 취소’ 카드부터 덜컥 꺼내 들었다가 상대에게 ‘극장골’을 먹고 이도저도 접어야 하는 상황에 놓일지.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