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매향리 갯벌과 화옹지구 간척지, 화성호 일대를 포함하고 있는 화성습지. 면적만 7천301㏊(73.5㎢)에 달하는 이곳은 조간대 간석지와 간척호수, 배후 습지와 농경지로 구성됐다. 독특한 자연환경 덕분에 붉은어깨도요·저어새와 같은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44종의 조류와 9만7천여 다양한 생명체들이 서식하는 등 이동성 물새를 부양하는 중요 장소다.

▲ 철새 이동경로로 떠오른 화성습지.
 이처럼 화성습지는 세계인의 소중한 자산으로 있는 그대로의 삶터이자 쉼터다. 수많은 생물들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자 수질 정화와 기후·홍수 조절 기능은 물론 생태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화성시는 ‘하늘과 바다와 사람의 생명을 이어주는 화성습지’를 슬로건으로 다양한 습지 관련 정책을 펼치고 있다. 화성습지를 아름다운 모습으로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한 화성시의 노력, 미래를 위한 변화의 시작이다.

# 국제적으로 중요한 화성습지의 가치

 대한민국 역사 이래 국내 갯벌지의 약 75%는 이미 매립됐으며, 갯벌의 상당 부분은 1950년 이후에 소실됐다.

 서해안을 따라 행해진 갯벌 소실로 인해 많은 이동성 물새종이 눈에 띄게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탄소 제거를 비롯해 어장의 붕괴, 오염 증가, 타 생태계 서비스 감소를 초래했다. 매립이 많은 면에서 눈에 띄지 않으나 장기적으로 환경적·사회적·경제적 비용을 치르게 한 것이다.

 람사르 협약은 진정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향해 가는 과정의 한 부분으로, 지역민과 각 나라의 현명한 습지 이용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수십 년간 전문가들의 경험을 집약한 국가 간 협약이다.

▲ 화성습지에 서식 중인 검은머리물떼새.
 조약은 세계 주요 습지를 식별하기 위한 일례로 9항의 평가기준을 제시한다. 지구상 멸종위기종이 해당 지역에 서식하거나, 개체 수 2만을 초과하는 물새류가 정기적으로 서식하거나, 물새류의 아종 또는 한 종의 지구상 개체군 중 1%에 달하는 개체 수로 서식하게 되면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로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화성습지는 이러한 평가기준에 부합하므로 전국적으로도, 국제적으로도 중요하다.

 화성의 갯벌(한때는 남양만으로 알려진)은 1988년 처음 국제적으로 중요한 곳이라고 확인됐다. 갯벌의 대부분은 2006년께 매립됐으며 당시 화성 매립호수와 새로운 토지가 만들어졌다. 물새 연구는 2006년 이후 화성에서 일부 조류종이 눈에 띄게 감소했음을 확인시켜 줬다.

 그러나 화성갯벌과 화성호 및 인접한 습지 지역이 여전히 국제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람사르가 뒷받침하고 있다.

 갯벌과 화성호에는 아직도 많은 멸종위기 조류종이 서식하며 매년 4만 개체가 넘는 도요·물떼새가 나타난다. 갯벌과 화성호는 생태적으로 연관돼 있으며, 간조 시 갯벌에서 먹이활동을 한 대부분의 새들이 만조 시 매립호수로 이동해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화성호 남단에 위치한 갯벌과 서식지 어느 한곳에서라도 소실과 형질 악화가 일어날 경우에는 잇따른 물새류 감소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중요한 화성습지의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인식해 자연생태관광을 비롯한 최선의 지속가능한 이용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게 학계의 결론이다.

▲ 지난 5월 화성 롤링힐스 호텔에서 ‘화성습지, 희망을 그리다’ 주제로 열린 국제심포지엄.
# 습지 보존을 위한 시의 노력

 화성습지는 과거 남양만으로 불리던 갯벌이다. 간척사업으로 60여㎢의 갯벌이 사라졌고 2002년 방조제 완공 직후에는 급격한 수질 악화가 나타났다. 그러나 이후 해수 유통을 시행하며 방조제 바깥 갯벌과 안쪽 염습지가 살아나고 있다. 자연의 복원력 덕에 갯벌의 기능을 되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수만 마리 도요물떼새와 200여 개체 저어새를 비롯한 물새들은 이곳을 안정적인 서식처로 삼고 있다.

 람사르 습지 선정 기준 9개 중 3개를 충족하는 화성습지는 물새의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로서의 위상을 지니게 됐다.

 시는 2018년 ‘도요새의 위대한 비행, 국제 심포지엄’을 통해 국내외에 화성습지의 중요성과 가치를 알렸다. 같은 해 12월 동아시아대양주철새이동경로파트너십(EAAFP) 총회를 통해 화성습지가 철새이동경로 서식지로 등재됐다.

 시는 2020년 습지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2021년에는 람사르 습지 사이트 지정을 위해 다각도의 방안을 모색 중이다.

# 화성습지 재조명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

 시는 환경부·해양수산부·문화재청·EAAFP와 함께 5월 13일 ‘화성습지 생태·환경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하늘과 바다와 사람의 생명을 이어주는 화성습지, 희망을 그리다’를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은 화성습지의 가치와 잠재력을 제고하고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피트 프로바스코 EAAFP 의장은 "화성시는 이동성 물새들의 서식지 보호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고, EAAFP 철새이동경로 서식지 지정 이후 습지 개선을 위해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진전을 이뤘다"며 "화성습지는 대단히 중요한 장소인 만큼 이 지역을 광범위하게 보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 청다리도요물떼새.
 레이코 이츠카 람사르협약사무국 선임자문관도 "화성습지를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보전하기 위해 조화롭게 지역사회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람사르 사무국은 화성시와 긴밀하게 협력해 화성습지의 람사르 습지 지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발제자로 참여한 새와생명의터 나일 무어스 박사는 "습지는 사람을 교육시키고 사람을 끌어들이는 곳이다. 사회가 좀 더 지속가능하도록 만들어 준다"며 "우리가 가고 싶은 곳, 생태계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화성습지의 미래는 화성시민만이 결정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시민 여러분이 결정하면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지원하고 돕겠다. 도움을 요청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화성습지의 지속가능한 이용과 발전을 위한 제안서를 발표한 마샤 맥널리 UC버클리 교수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화성습지가 삶과 평화를 위한 장소가 될 수 있다"며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습지의 미래에 대해 화성시와 농민, 어민, 시민단체, 기업 등이 다함께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화성=조흥복 기자 hbj@kihoilbo.co.kr

  박진철 기자 jch@kihoilbo.co.kr

사진= <화성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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