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오후 광주시청 1층 로비에 마련된 고(故) 이희호 여사의 분향소에 추모객들이 가득 차 있다./연합뉴스
▲ 1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빈소에서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별세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에 대해 "우리시대 대표적인 민주주의자였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핀란드를 국빈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10일 SNS에 올린 글에서 "부디 영면하시길 바란다"며 "여사님은 정치인 김대중 대통령의 배우자, 영부인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제 1세대 여성 운동가다. 대한여자청년단, 여성문제연구원 등을 창설해 활동했고, YWCA 총무로 여성운동에 헌신했다"고 술회했다. 이어, "민주화운동에 함께하셨을 뿐 아니라, 김대중 정부의 여성부 설치에도 많은 역할을 했다. 우리는 오늘 여성을 위해 평생을 살아오신 한 명의 위인을 보내드리고 있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또한, "여사님은 ‘남편이 대통령이 돼 독재하면 제가 앞장서서 타도하겠다’ 하실 정도로 늘 시민 편이셨고, 정치인 김대중을 ‘행동하는 양심’으로 만들고 지켜주신 우리 시대의 대표적 신앙인, 민주주의자였다"고 추모했다.

문 대통령은 "이 여사님이 김대중 대통령님을 만나러 갔다. 조금만 더 미뤄도 좋았을 텐데, 그리움이 깊으셨나보다"라며 "평생 동지로 살아오신 두 분 사이의 그리움은 우리와는 차원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봤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난해 평양 방문에 여사님 건강이 여의치 않아 모시고 가지 못해 안타까웠다"며 "평화의 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드리고 싶었는데, 벌써 여사님의 빈자리가 느껴진다"고 적었다.

이어 "두 분(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 여사) 이 만나셔서 얘기를 나누고 계실 것"이라며 "하늘나라에서 우리의 평화를 위해 두 분이 늘 응원해 주시리라 믿는다. 순방을 마치고 바로 뵙겠다"고 남겼다.

한편, 김대중평화센터는 이날 "이희호 여사가 오늘 오후 11시37분 소천했다"고 밝혔다. 향년 97세.

이 여사는 올해 3월부터 노환으로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으며, 최근 앓고 있던 간암 등이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부터는 혈압이 크게 떨어졌다가 다시 회복되는 위중한 상황이 이어졌다.

1922년 태어난 이 여사는 이화여고와 이화여전,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한 뒤 미국 램버스대를 거쳐 스카렛대를 졸업했다. 귀국 후에는 이화여대 사회사업과 강사로 교편을 잡는 한편 초대 대한YWCA 총무 등을 역임하며 여권 신장에 기여한 여성운동가로 활동했다.

1962년 상처한 김 전 대통령과 결혼한 뒤에는 정치적 동지로서 격변의 현대사를 함께했다.

강봉석 기자 kb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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