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 친목만 다지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지역사회에 봉사해야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리와는 거리가 먼 중년의 남성들이 노인 300명에게 삼계탕을 대접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11일 오전 10시 30분 인천시 부평구 청천2동 주민센터 주차장. 작은 마을축제가 열린 듯한 모습이었다. 닭이 푹 삶아져 삼계탕이 완성되기까지 한 시간은 더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 노인들은 행사장 한편에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행사를 주최한 백마융합교류회는 20년 전 백마장사거리 일대 제조업체 사장들의 친목 모임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정을 나누던 것이 자연스럽게 업체 간 협업시스템을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같은 지역에서 상생하자는 취지였다. 시간이 흘러 이들에게 청천2동은 삶의 터전이 됐다.

이길용(62)회장은 "회원 대부분 중소기업을 운영하는데, 열심히 일하다 보니 세월이 흘렀더라"며 "우리가 청천2동 백마장 일대를 사랑하는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까 생각하다가 쓰레기 줍기와 성금 기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더 나은 봉사활동을 고민하던 교류회는 직접 주민들을 만나기로 했다. 동네 노인들을 초대해 삼계탕을 대접하기로 했으나 요리를 할 줄 몰랐다. 그래서 같은 지역에서 오래 교류하던 주민자치위원회·새마을부녀회·통장자율회·자유총연맹 등의 손을 빌리기로 했다. 이들도 교류회의 마음에 감동해 선뜻 나섰다.

교류회 회원이자 자치위원장인 정종철(65)씨는 "우리 자생단체들은 모두가 한마음으로 동네에 대한 애정이 크다"며 "더 많은 어르신들을 모시고 싶지만 장소가 마땅치 않아 경로당을 통해 꼭 오셔야 할 분들을 모셨고, 오늘을 기점으로 꾸준히 봉사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젊은 시절 청천2동에 사업장을 차려 인생을 걸고 사업에 매진했던 이들은 시간이 흘러 지난날을 돌아보니 이곳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제는 그 고마움을 주민들을 위한 봉사로 표현할 계획이다.

장원석 기자 stone@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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