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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년간 필기구 외길, 혁신에 목마르다

모나미

김재학 기자 kjh@kihoilbo.co.kr 2019년 06월 13일 목요일 제14면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사람들이 기록하고 읽고 하는 첨단 디지털 기기가 보편화된 세상에서 아날로그 연필의 수요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특히 5G 초고속 디지털 시대 속에 손으로 글을 쓰는 문구제조업은 사양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세상의 빠른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반세기에 걸쳐 연필·볼펜 등 문구류를 만드는 기업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 ‘국민 볼펜’, ‘최초 볼펜’으로 불리는 ‘153 볼펜’을 만드는 ‘모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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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나미 본사 전경
# ‘국민 볼펜’으로 성장

 용인시에 본사를 둔 모나미는 1960년 회화구류(미술용품)를 생산하는 광신화학공업으로 시작해 반세기가 넘는 59년 동안 우리나라 필기구의 역사를 이끌어 온 대표 문구 브랜드다.

 프랑스어로 ‘나의(Mon) 친구(Ami)’를 뜻하는 모나미는 1963년 5월 1일 국내 최초 볼펜인 ‘모나미 153’을 출시했다.

 ‘모나미 153’은 현재까지 국내외에 약 43억 자루(1자루당 길이 14.5㎝)가 팔렸으며, 이를 일렬로 늘어놓으면 지구를 14바퀴나 돌 수 있는 양이다.

 모나미의 주요 제품으로는 153 볼펜, 유성매직, 병매직, 네임펜, 보드마카, 플러스펜 등이 있다.

 모나미의 시그니처 제품인 153 볼펜은 송삼석 초대 회장의 호기심에서 비롯됐다. 1962년 국내에서 열린 한 국제산업박람회에 참석한 송 회장은 잉크를 찍어 쓰지 않고 사용하는 신기한 필기구를 봤고, 국내 필기구의 단점을 보완할 만한 제품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이후 잉크 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시행착오 실패 끝에 1963년 5월 1일 유성볼펜 모나미 153을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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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나미 153 볼펜(오른쪽)과 고급펜 라인 제품들.
 이 제품이 출시되기 전 국내 필기구시장에서는 잉크와 펜이 가장 대중적인 필기구로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잉크는 문서나 의복을 훼손하거나 휴대가 어렵다는 단점 때문에 모나미 153의 출시가 더욱 획기적으로 비춰질 수 있었다. 또한 당시의 현대화·산업화 추세와 맞물려 대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초기 제품은 만년필과 펜촉에 익숙했던 소비자들에게는 아주 새로운 형태의 필기구였기 때문에 모나미 연구진들은 제품의 결점이 대두될 때마다 밤을 지새우며 기술을 보완하는 작업을 거듭해야 했다. 영업사원들은 기업과 관공서를 돌며 153 볼펜을 무료 배포하는 등 제품 홍보에 힘썼고, 그 결과 모나미 153을 기반으로 볼펜의 대중화가 이뤄질 수 있었다.

 ‘153’에서 ‘15’는 15원(1963년 출시 당시 서울 시내버스 요금 및 신문 한 부 가격에 상응)이라는 뜻이고, ‘3’은 모나미가 만든 세 번째 제품이라는 뜻이다. 153 볼펜은 현재까지도 합리적인 수준의 가격(300원)을 유지하고 있다.

 필기도구 중 ‘매직’으로 불리는 펜은 모나미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브랜드명이다.

 송하경 모나미 사장은 "돌이나 비닐에도 글씨가 써지면서도 잘 지워지지 않는 펜을 개발한 후 마법 같단 의미에서 ‘매직’이란 이름을 붙였는데 이젠 그게 보통명사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뿐만 아니다. 사인펜과 플러스펜도 모나미가 내놓은 제품 브랜드가 보통명사가 된 케이스다. 끊임없이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으면 그게 곧바로 보통명사가 돼 버린 회사로 성장했다.

 송 사장은 "오래도록 ‘국민 볼펜’으로 사랑받아 온 모나미는 앞으로도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들로부터 느껴지는 아날로그 감성을 담아낼 수 있는 브랜드, 문구시장을 넘어서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고 트렌드를 리딩하는 브랜드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 모나미 153의 대변신

 모나미는 2014년 대표 제품인 153 볼펜 출시 50주년을 맞아 ‘153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하며 필기구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153 리미티드 에디션은 모나미를 상징하는 육각 모양의 국민 볼펜 153의 디자인을 따왔지만 고급 메탈 보디와 고급 금속 리필심을 적용해 사양을 높였다. 1만 개 한정 출시한 지 1시간 만에 품절되는가 하면, 중고시장에서 수십 배 달하는 가격에 판매되기도 했다.

 필기구시장에서도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아짐에 따라 모나미는 153 리미티드 에디션 출시를 기점으로 다양한 제품군으로 기존 고객들의 만족도를 제고시킴은 물론 문구 수집가, 필기구 전문 소비자 등 하이엔드 취향의 고객층까지 아우르기 위해 고급펜 라인 개발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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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나미 콘셉트스토어.
 153 고급펜 라인은 기존 153 볼펜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도 가성비와 프리미엄이라는 상반된 가치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제품들로 구성된다. 153 리미티드 에디션 이후 출시한 153 ID, 153 네오, 153 블랙 앤 화이트, 153 골드, 153 네오 만년필, 153 블라썸, 153 네이처 등 프리미엄 제품 모두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스승의날, 어버이날 등 선물시즌에 수요가 높다.

 2017년 2월 출시한 ‘153 골드’ 제품은 출시 두 달 만에 1만6천 개가 팔리며 고급 볼펜의 인기를 증명했다.

 153 고급펜 라인 외에도 생활마카(타일틈새마카, 키친마카, 가든마카 등), 컬러링 마카(데코마카, 패브릭마카, 세라믹마카) 등 다양한 가치를 부여한 신제품들을 출시했다.

 이와 함께 고객과의 소통에 중점을 둔 마케팅 활동에도 노력 중이다. 모나미의 59년 역사를 고스란히 느끼며 고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모나미 콘셉트스토어를 오픈했다.

 모나미 용인본사 1층과 동대문 DDP, 에버랜드, 백화점 등에 입점해 있는 콘셉트스토어에서는 모나미의 제품뿐만 아니라 제품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153볼펜을 나만의 색상으로 직접 조립해 보는 ‘153 DIY’, 다양한 색상의 잉크를 조합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만년필 잉크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잉크 랩(Ink Lab)’, 인지도가 있는 작가들을 초빙해 모나미 제품으로 취미 미술을 즐길 수 있는 원데이클래스 등을 즐길 수 있다.

# 59년의 장수기업… 트렌드를 이끌다

 일단 모나미의 업력은 장수기업이라고 할 만큼 오래됐다. 송 사장의 부친인 송삼석 회장이 모나미를 설립한 것은 1960년. 모나미는 설립 이후 줄곧 문구류 시장을 리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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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하경 대표
 송 사장이 경영을 맡은 건 1993년부터다. 그는 최근 대대적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2000년 초반부터 스마트폰, PC 등 산업의 전산화로 볼펜 등 문구류를 찾는 이들이 줄고 있어서다. 그래서 문구제조업체에서 ‘생활용품업체’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디자인문구업계 취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안주하지 않는 도전정신이다. 변화가 빠른 업계 특성상 늘 트렌드에 촉을 곤두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발맞춰 최근 디지털 사무 편의점 ‘모나미 스테이션’, 인문학과 미술 간 융합 체험 프로그램 ‘모나르떼’에 이어 반려동물 전문 쇼핑몰 ‘모나미펫’까지 론칭해 운영 중이다.

 또 국내시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해외시장을 개척하며 성장을 이어 나갔다. 1989년 태국 공장 설립을 기점으로 중국에 생산공장과 법인을 두고 있으며, 이를 거점으로 100여 개국에 문구 및 사무용품을 수출하고 있다.

 술탄(이슬람의 왕)에 대한 향수가 있는 터키 국민들을 겨냥해 출시한 ‘왕자파스’는 터키 국민들이 선망하는 왕자의 이미지를 삽입해 큰 호응을 얻었고, 높은 판매율을 기록하며 터키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태국에서는 기존 1㎜의 독일 제품은 태국어를 쓰기에 두껍다고 판단, 0.5∼0.7㎜의 얇은 153 볼펜을 개발해 수출하며 성공을 거뒀다.

 모나미는 이처럼 세계 각국의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고객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제품을 수출하며 세계 속에서 국민 문구로 자리잡고 있다.

 송하경 사장은 "최근 디지털화로 문구업계가 침체되고 있지만 스마트폰이나 컴퓨터가 하지 못하는 영역을 찾아 공략하면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학 기자 kj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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