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수돗물 사태가 인천의 행정을 1970년대로 되돌렸다.

12일 인천시와 중구에 따르면 서구와 중구 영종지역에서 발생한 붉은 수돗물 사태 해결을 위해 ‘물 버리기 캠페인’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지난달 30일부터 발생한 붉은 수돗물 문제가 보름여가 다 돼 가는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영종지역의 경우 수도에서 이물질이 나온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쳐도 상수도사업본부는 지난 10일 열린 주민설명회 당시까지도 서구지역의 붉은 수돗물 사태와 영종지역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최근 영종지역을 방문한 박남춘 인천시장이 직접 붉은 수돗물을 확인했고, 영종지역도 주민 피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하면서 지난 11일부터 영종지역도 피해 지역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시가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시와 중구 등이 붉은 수돗물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찾지 못하면서 기존 관로에 있는 오염된 수돗물을 버리는 방법만이 유일한 대안이 됐다는 점이다. 인천은 서울에 비해 노후 수도 관로가 많고, 서울에는 모두 설치된 고도정수처리시설도 부평에만 설치돼 있는 상태다. 당장 시설을 교체하거나 신규로 설치하기는 불가능하다. 행정의 잘못으로 발생한 문제를 1970년대 새마을운동처럼 주민들을 일제동원해 해결하려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다.

영종지역의 주부 A씨는 "현재는 녹물 색깔이 더 진해지고, 수도에서 백색가루와 알갱이도 나온다"며 "엊그제까지만 해도 심각성을 모르다가 이제야 대책을 세운다는 데, 막상 민원을 제기하려 전화하면 통화가 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시와 구에서는 물을 틀어놓으라고 하는데, 특정 시간에 동시 방출하라는 등의 지침도 없고 수도비에 대한 지원 내용도 들은 게 없다"며 "대책도 없이 물만 틀어놓으라는 행정에 답답한 마음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현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면 ‘새마을 운동’이 아니라 ‘한국전쟁 운동’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물 버리기 캠페인을 해야 하는지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영종지역 주민들은 13일 회의를 열고 구의원부터 인천시장까지의 주민소환제 시행 여부를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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