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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교수

전문대학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전문대학은 일반대학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입학하는 대학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 이러한 편견이 조금씩 허물어지는 것이다.

 인식변화는 박람회장을 찾는 방문객 수와 일반대학을 졸업하거나 중퇴한 뒤 전문대학에 입학하는 유턴 입학생 수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2019년 유턴 입학자는 1천526명이며, 지난 6월 1일 인천시교육청이 인천재능대학교에서 개최한 ‘2020 전문대학 입학박람회’를 찾은 방문객은 3천500명 정도에 달했다. 수험생과 학부모는 각 대학에서 마련한 부스를 찾아 진지한 자세로 희망하는 학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었고, 전공체험 코너에서는 진학 후 배우게 될 전공을 미리 만나는 기회를 가졌다.

 전문대학에 대한 인식변화를 촉발한 가장 큰 원인은 날로 어려워지는 취업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나만은, 내 자식만은 좀 더 좋은 일자리를 잡아 넉넉한 생활을 꾸리길 희망하면서 명문대학 중심의 일반대학 진학을 희망해 왔으며, 지금도 그러한 생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렇지만 누구나 갈망하는 좋은 일자리는 소수에 불과하다. 대학에 입학해도 좋은 일자리에 취업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알찬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학과에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전문대학에 대한 인식변화는 전문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의 연령에서도 드러난다. 올해 전문대학에 입학한 전체 신입생 17만5천210명(정원내·외 포함) 중 25세 이상 입학자는 1만990명이다. 이는 전문대학이 평생학습시대에 걸맞은 평생직업교육기관이라는 점을 반증한다. 취업과 전업,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을 위해 40세 이상 만학도의 전문대학 정원 외 입학 허용, 정부의 학자금 지원 등 보다 적극적인 정책 실현으로 100세 시대에 맞는 고등 직업교육 체제로의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등직업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전문대학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이처럼 달라지고 있음에도 전문대학에 대한 정부 대책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가장 크게 드러나는 영역은 전문대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다. 교육비 부담률을 정부 재원과 민간 재원으로 구분해보면 전문대학은 일반대학 38.7%보다 현저히 낮은 18.5%이다. 이러한 현상은 OECD 평균대비 1인당 공교육비 현황에서 더욱 극명해진다. 우리나라의 1인당 공교육비는 초· 중·고등학교는 OECD 평균의 110%~129%로 상당히 높지만, 전문대학은 OECD 평균의 52.8%에 불과하다. 정부는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미래사회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고등직업교육 재정 규모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전문대학은 학문을 연구하는 이론 중심 대학이 아니다. 대학졸업 후 바로 취업할 수 있는 기술을 교육하는 고등직업교육기관이다. 학생들이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을 고치고, 실습실을 현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미러링 실습실’로 바꾸는 등 고등직업교육의 체질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 공업도시로서의 명성을 날리던 시절 인천은 기술교육분야에서 최고였다. 정보산업시대를 넘어 4차 산업시대에 접어든 지금은 보다 수준 높은 고등직업교육에 집중해야 할 때이다. 마침 인천시교육청도 진로진학 담당교사들과 함께 ‘2020 전문대학 입학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직업교육을 보다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전문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 대한 진학진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천지역 전문대학에 대한 관심과 배려로 인천이 명실상부한 직업교육 도시로 거듭나 인천시민만큼은 취업 걱정에서 벗어나는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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