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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그림찾기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전 인천 남부교육청 교육장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9년 06월 14일 금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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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1970년대 초 한 어린이신문에 처음으로 연재되기 시작하면서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숨은그림찾기’를 기억하고 있는 독자들이 아직도 적지 않을 것이다. 재미있는 줄거리까지 곁들여진 그림 속에 알 듯 모를 듯 숨겨진 것들을 찾아가는 ‘숨은그림찾기’는 곧 각 신문이나 잡지들까지 앞다퉈 게재했고, 한때는 ‘국민 퀴즈’로까지 대접받은 적도 있었다. 처음에는 순식간에 모두 찾아버릴 것처럼 호기(豪氣) 넘치게 잘 찾아가다가도 마지막 한두 가지는 좀처럼 찾기가 쉽지 않아 으레 애를 먹이곤 하던 ‘숨은그림찾기’.

 그러나 어디에 숨어있는지 전혀 알 길 없을 것 같던 것들도 여유를 갖고 한걸음 물러서 찾아보면 반드시 찾아지곤 했었으니 ‘숨은그림찾기’는 단순한 오락 이상으로 우리에게 진한 교훈도 줬다. 그 시절 즐기던 ‘숨은그림찾기’ 습관 탓인지 나는 시장이나 슈퍼마켓에 가면 늘 숨은그림찾기 놀이처럼 먹거리를 고른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식품의 포장지나 제품의 용기에 좀처럼 읽기 어렵게 깨알같이 표기돼 있는 내용을 세심히 살펴보는 일이다. 그 중 가장 유심히 보는 것이 식품 첨가물이다. 식품 첨가물이란 것은 식품을 제조하거나 가공, 저장할 때 쓰이는 원재료 이외의 것을 말하는데 음식의 맛을 내는 데 쓰는 조미료, 감미료, 각종 향료, 그리고 부패를 방지하는 살균제, 곰팡이 방지제까지 있다.

 게다가 유화제, 광택제, 거품 억제제 등등 화학적 합성품만도 370여 종, 천연 첨가물 50여 종 등 400여 종이 넘는다. 제조날짜나 유통기한은 숫자로 표기돼 있으니 금방 알 수 있다지만 첨가물은 도대체 무엇인지 잘 알 수가 없다. 홍삼, 과일 제품이라고 해서 표기 내용을 자세히 보면 비슷한 색깔이나 맛, 냄새를 풍기는 첨가물 정도만 들어 있는 제품도 많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문득 안전한 먹거리 하나 고르는 일도 마치 ‘숨은그림찾기’ 하듯 해야 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서부전선 군사분계선 최북단에 자리한 도라전망대에 특이한 모양의 3인용 그네 두 쌍이 설치됐다는 소식이다. 직접 가서 타보지는 않았지만 세 명이 힘을 합쳐 발을 구르면 저 멀리 북쪽 땅 개성시 변두리와 송학산까지 조금 더 다가온다고 한다. 전망대 방문객 누구라도 자유롭게 탈 수 있다는 그네는 덴마크의 3인조 작가 ‘슈퍼플렉스(SUPERPLEX)’의 작품으로 ‘하나 둘 셋 스윙!’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슈퍼플렉스는 2017년 영국 런던에 있는 현대미술관 테이트모던 터바인홀에 맨 처음 이 작품을 설치했는데, 덴마크 코펜하겐, 독일 본, 스위스 바젤을 거쳐 이번에 다섯 번째로 파주 도라전망대를 선택했다고 한다. 마음대로 갈 수는 없으나 함께 바라볼 수 있는 곳을 선택한 작가의 숨은 의도를 자세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감춰진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은 3인용 그네 ‘하나 둘 셋 스윙!’을 타고 오를 때마다 북쪽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사라지는 것이 마치 ‘숨은그림찾기’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 역시 ‘하나 둘 셋 스윙’!이라는 이름의 그네는 단순한 오브제(objet 표현 대상이 되는 모든 것)가 아니라 삶과 사회, 우리 시대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들이 숨어있다고 말한다.

 「백범일지」 맨 뒤에 수록돼 ‘나의 소원’ 혹은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로 소개되기도 하는 백범 김구 선생의 글 중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옳은지 알 수 없던 혼돈(混沌)의 시절, 엄혹(嚴酷)하고 배고프던 그 시절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를 꿈꾸듯, 숨은그림찾기 하듯 꼭 집어서 글로 남긴 백범 선생의 눈에 오늘의 모습은 어떻게 보일까? 인터넷의 영향으로 아예 사라졌다고 생각한 ‘숨은그림찾기’는 아직도 우리 생활 속에 남아있다. 이젠 ‘숨은그림찾기’ 하듯 한걸음씩 물러서서 선각자(先覺者) 백범 선생의 눈과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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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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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ㅌㅎ 2019-06-15 00:09:07    
세상을 보는 눈, 미래를 보는 혜안이 백범의 선각과 함께 빛이납니다.
그런 세계가 오길 고대하고...
훌륭한 글을 주신 필자와 기호일보에 감사드립니다.
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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