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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는 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9년 06월 14일 금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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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박수에 매우 인색한 나라인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온통 비난하는 소리가 난무하는 가운데 모처럼 박수칠 일이 있어 무척 기쁩니다. U-20월드컵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의 쾌거가 그것입니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그들이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측은한 마음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 달리는 그들을 보면서 감격을 주체할 길이 없었습니다. 가슴에 단 태극마크는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포기할 수 없는 무거운 책임감의 상징으로 느껴졌습니다. 오는 일요일, 이미 역사를 일군 그들이 또 한 번의 새 역사를 쓰는 장면을 지켜볼 겁니다. 그리고 큰 박수로 그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응원할 겁니다. 그들의 행진을 보면서 우리를 돌아보았습니다. 곳곳마다 다투는 소리, 비난하는 소리, 네 탓 하는 소리가 난무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박수에 인색한 세상이었습니다.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라는 책에서 저자인 가네히라 케노스케는 어느 대학교수의 말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보는 힘이란 좋은 점을 찾아낼 줄 아는 힘이야. 초교 1년생은 모두 그림을 좋아하지. 그런데 2학년이 되면 80%로 줄어. 그리고 6학년이 되면 정반대가 되어 80%가 그림을 싫어해. 이유는 지나치게 잘못된 부분만을 지적하기 때문이야." 물론 저자는 일본사회의 세태를 꼬집은 것이지만 우리 사회도 그의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어려서부터 좋은 점을 찾는 교육보다는 잘못된 점을 찾는 교육에 길들여 있기는 마찬가지니까요. 이렇게 배운 삶의 태도는 어른이 되어서도 변함이 없습니다. 누구를 만나든 자신의 생각과 ‘같은’ 점을 찾기보다는 ‘다른’ 점을 찾아 그 부분을 비난하곤 합니다.

 ‘다른’ 점들이 마치 ‘틀린’ 것처럼 왜곡돼 편이 나뉘고 서로를 적으로 여깁니다. 이런 모습이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세상인지도 모릅니다. 부모가 이렇게 살면 최대의 피해자는 당연히 어린 자식들일 것이고, 정치인들이 그렇게 살면 최대의 피해자는 국민들입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자식을 위해서 또는 국민을 위해서 그랬노라고 외치고 있으니 참 혼란스럽기까지 합니다. 저자는 책에서 베를린 필의 수석 첼로 연주자인 피아티고르스키의 말을 전하고 있습니다. "제가 젊었을 때였습니다. 긴장한 채 무대에 올랐죠. 마침 제일 앞자리에 첼로의 거장인 파블로 카잘스 선생이 앉아 계셨습니다. 더욱 긴장이 돼 제대로 연주할 수가 없었습니다. 간신히 연주를 마쳤는데 그가 일어나 크게 박수를 치는 게 아니겠어요? 그날 이후 나는 악단에서도 인정받았습니다.

 어느 날 카잘스 선생과 재회할 기회가 있어 이렇게 물었습니다. "선생님, 그날 제 연주는 정말 엉망이었어요. 그런데 박수를 치셨어요." "그날 자네가 연주한 그 곡 중에 나는 아무리 해도 제대로 연주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네. 그런데 자네는 그 부분을 실로 훌륭하게 연주했어. 한 가지라도 배울 게 있다면 자넨 나의 훌륭한 선생이라네." 대단한 분입니다. 거장의 겸손한 이 표현은 새내기 피아티고르스키에게는 최고의 찬사로 들렸을 겁니다. 그것이 그를 연습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고, 그것이 세계적인 첼로 연주자로 성장하게 만들었을 겁니다.

 「바보 되어주기」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 감동적입니다. 엄마와 딸이 사는 집에 어느 날 자녀들을 데리고 온 손님들이 자식 자랑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다리를 절며 딸은 엄마 일을 열심히 도왔습니다. 손님이 돌아간 후 딸이 말했습니다. "엄마, 나 때문에 창피하셨죠? 공부도 못하고, 다리도 저니까요. 자랑할 게 없잖아요." 그때 엄마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니? 너에겐 예쁜 마음이 있잖니. 다른 애들은 너보다 더 튼튼한 다리를 가졌어도 그 무거운 음식들 모두를 네가 날랐잖니. 넌 내게 자랑스러운 딸이야." 그림을 보는 힘이란 좋은 점을 찾아낼 줄 아는 힘이라는 글귀에서 배움을 얻습니다. 이제 어느 누구에게도 손가락질하지 않겠다고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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