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리 학생들이 발명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화성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한국의 전통미를 살린 물고기 모형의 교표(校標·학교를 상징하는 무늬를 새긴 휘장)가 한눈에 들어오는 학교가 있다. 바로 수원 삼일공업고등학교다.

 이 학교는 1903년 우리나라에 기독교 정신을 전파하기 위해 수원 출신의 독립운동가인 이하영·임면수·나중석 선생 등이 세운 삼일학원이 모태다. 구한말 국운이 날로 쇠진해 가던 시절, 수원의 젊은 유지들이 모여 민족의식을 길러주고 애국심을 불붙게 하려는 사명감으로 설립했다.

 이 학교 정문에 설치돼 있는 교표인 물고기 모형은 기독교를 상징하는 표시다. 초대 그리스도교인이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는 문구 첫 글자를 딴 헬라어 ‘익투스(물고기)’에서 유래했다.

 학교 정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A부터 H까지 표시돼 있는 건물이 보인다. 가장 안쪽까지 걸어가면 ‘발명디자인관’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는 ‘H동’을 만날 수 있다. 특허청 지정 발명·특허 특성화고인 삼일공고가 자랑하는 ‘3D융합콘텐츠과’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미래의 발명가를 꿈꾸는 청소년이 모여 활동하는 ‘아이디어 제작소’가 있다.

 수원 삼일공고가 운영하는 학생자율동아리 ‘아이디어 제작소’는 미래의 창업가를 꿈꾸는 청소년의 요람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 생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있다.
 삼일공고는 학생들의 다양한 소질과 능력 계발을 위해 학생자율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혁신학교 및 매직학교(매력적인 직업계고)로 지정돼 학생자율동아리 활동에 재정 지원도 하고 있다.

 이 학교의 대표 학생자율동아리인 ‘아이디어 제작소’는 동아리 활동에 그치지 않고 학과로까지 발전됐다. 현재 ‘3D융합콘텐츠과’의 모태가 ‘아이디어 제작소’다.

 이 동아리는 2005년부터 발명과 창의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의 모임으로 시작했다. 2008년에는 특허청으로부터 발명·특허 특성화고로 지정되는 결과로 이어졌으며, 발명디자인과 개설과 함께 2009년부터 7년 연속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4차 산업시대를 맞아 삼일공고 발명디자인과는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해 특성화고 비중 확대 사업의 일환으로 3D융합콘텐츠과로 개편했다. 로봇과 3D프린터, 드론, 가상현실 등 미래 유망 기술 분야 교육으로 미래를 이끌어 나갈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중심에 서 있는 ‘아이디어 제작소’는 교내 발명디자인과와 협력해 공업기술과 발명을 접목하는 등 교육에 나서고 있다. 또한 각종 발명대회에 참가해 2018년 대한민국 학생 창의력 챔피언대회 금상, 제15회 특성화고교생 사장되기 학교 표창 및 금상, 전국 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 우수상, KPU 창업경진대회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 대회에서 상을 수상한 학생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특히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도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는 뉴스를 보고 ‘어떻게 하면 저체온증을 예방할 수 있을까?’라는 아이디어에서 발명한 발열구명조끼는 현재 상품화돼 바다의 안전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물 잠그는 걸 깜빡했어도 자동으로 잠기는 수도꼭지, 소리와 움직임으로 새를 쫓는 ‘농촌지킴이 허수아비’ 등 우리 생활 속에서 안전과 편리함을 돕는 발명품을 개발해 산업재산권 출원 및 등록까지 하고 있다.

 ‘아이디어 제작소’에서 활동했던 졸업생 연희연(21·코이스토리 대표)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발명활동을 진행했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집이 있는 인천을 떠나 수원에서 하숙하며 삼일공고 발명디자인과에 진학했다. 3D프린터기나 레이저커팅기 등을 활용해 직접 시제품 등을 만들며 창업의 꿈을 키웠다. 지금은 학생들의 교구와 교육콘텐츠를 개발하는 회사의 대표가 돼서 삼일공고 학생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동아리 학생의 창업활동도 활발하다. 3학년 오세훈 군은 ‘HES’라는 이름의 커스텀이어폰 제조회사 창업을 준비 중이다. 회사 이름은 ‘HiFi Ear Solution’의 약자다.

 오 군은 중학교 시절부터 친구와 함께 이어폰을 만들었을 정도로 과학과 기술에 높은 관심을 가졌다. 정확한 소리를 낼 수 있는 이어폰을 개발하고 싶은 오 군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전기전자 또는 소프트웨어 관련 대학으로의 진학을 희망하고 있다. 최종 목표는 창의적인 제품을 만드는 사업가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는 올해 창업하면 SNS를 활용해 자신의 제품을 선보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 발명 페스티벌 행사에서 체험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오 군이 어린 나이임에도 창업까지 꿈꿀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이디어 제작소’가 큰 힘이 됐다. 직접 만들고 싶은 제품이 있으면 학교에 구비돼 있는 각종 기자재를 이용해 생산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난관에 봉착할 때는 지도교사의 조언도 들으면서 꼬인 실타래를 풀어 나갔다.

 오 군은 "머릿속에 머물러 있던 아이디어를 차근차근 물건으로 만드는 과정을 동아리 활동을 통해 경험하면서 창업의 꿈을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동수 삼일공고 교장은 "4차 산업시대를 맞아 앞으로 학생자율동아리 ‘아이디어 제작소’를 적극 지원해 학생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사진=<수원 삼일공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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