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진군 백령 심청이마을은 인천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지 중 유일한 섬지역이다. 백령도는 인천항에서 북서쪽으로 197.9㎞ 떨어진 서해 최북단에 위치했다. 어떤 사업보다도 현장 소통이 중요한 재생사업을 접근성이 가장 취약한 섬에서 준비하기란 쉽지 않다. 주민 의견을 한 번 들을라치면 이동시간만 왕복 9시간가량. 출장을 갔다 하면 3일이다. 수고로울 법하지만 뉴딜사업을 맡은 옹진군 담당자들은 한 달에 한두 번 이 뱃길에 오른다. 침체된 백령도가 뉴딜사업으로 다시 눈뜰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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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광미 옹진군 주거재생팀장은 백령 심청이마을 사업(우리 동네 살리기)의 초기 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실행계획을 짜고 있는 지금까지 맡아 진행하고 있다. 그는 도서지역이야말로 도시재생이 필요하다고 봤다. 인천 도심에 비해 낙후되고 소외된 곳이 많기 때문에 개발사업이나 민간자본의 투입이 쉽지 않아서다. 특히 서해 최북단 백령도는 인구가 가장 많았던 1985년 대비 2015년 인구증감률이 -29.6%일 정도로 인구 유출이 심하다. 노년층이 주를 이루는 인구비율도 개발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개발의 걸림돌로 꼽혔던 접근성과 인구 구조가 마을 특성을 반영한 도시재생사업에서는 장점이 됐다.


 박 팀장은 끈끈한 마을공동체를 심청이마을 사업의 장점으로 꼽았다. 이동이 많지 않은 백령도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한 집안처럼 가깝게 지낸다. 도심에서 도시재생사업을 할 때처럼 주민들을 힘들게 모으지 않아도 된다. 현재 8인으로 구성된 주민협의체가 준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주민 설문조사 결과, 마을 공동사업 추진 시 적극적으로 참여할지에 대한 물음에 ‘매우 그렇다’(38.3%)로 가장 많이 응답하기도 했다. 뉴딜사업 구역에 있는 백령성당도 사업 참여에 나섰다. 백령도에 있는 군부대도 재능기부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마을 전체가 함께 백령 심청이마을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셈이다.

 주민 역량 강화 교육이 앞서 이뤄진 것도 심청이마을이 기대되는 이유다. 사업 대상지인 백령면 진촌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마을정비형 공공임대아파트 조성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역량 강화 교육이 8차례 진행됐다. 그만큼 주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뉴딜사업계획도 주민들의 구상이다. 마을문화센터를 만드는 문화공간 조성사업은 주민들이 최우선 사업으로 꼽은 작은영화관과 마을공방 등이 그대로 반영됐다. 빈집이나 유휴 공간을 활용한 마을쉼터나 생활주차공간도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인프라다.

 담당자로서 사업 추진이 힘든 점은 역시나 물리적인 거리다. 한 달에서 한두 번은 꼭 들어가려 하지만 수시로 들여다볼 수 있는 일반적인 원도심과는 차이가 있다. 매번 갈 수 없다 보니 아쉬운 대로 담당자들은 마을 곳곳을 동영상으로 찍어 와 필요할 때마다 돌려 보곤 한다.

 뉴딜사업을 신청하고 현장심사를 받을 때도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 심사위원들이 섬에 들어가기로 한 날 아침 안개 때문에 오전 배가 뜨지 않은 것이다. 오후에 일부 위원들만 들어가 겨우 심사를 끝냈지만 담당자로서는 진땀을 뺀 기억이다. 이 같은 소동에도 마을 이장과 부녀회장을 비롯한 주민들이 현장에 나와 설명도 도와주고 애를 써 준 덕분에 대상으로 선정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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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 원도심도 비슷하지만 특히 백령면 진촌리는 고령의 주민들이 많다. 60∼70대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사업 하나를 설명하더라도 구체적이고 피부에 와 닿게 하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다. 뉴딜 콘셉트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심청이 설화를 모티브로 했다. 심 봉사가 눈 뜬 것처럼 백령도가 눈 뜨길 바란다는 기획 의도도 있었지만 노인들을 모시는 마을이 되기를 바랐다. 마을복지사업인 마을효녀 육성사업이 그 계획이다.

 폐쇄된 옛 대피소에서 콩나물을 재배해 취약계층을 지원하거나 마을목수제도를 운영해 주민들을 돕는다. 이불 빨래봉사도 상시적으로 운영해 노인들과 도움이 필요한 주민들이 서로 기댈 수 있는 체계를 만들 계획이다.

 백령 심청이마을은 현장심사 이후 한 차례 구상이 바뀌었다. 사업 대상지에 없었던 백령병원을 뉴딜사업에 포함시키는 쪽으로 다시 계획을 짜고 있다. 박 팀장에게는 이와 관련된 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

 1983년에 지어진 백령병원은 2014년 신축 이전한 뒤로 비어 있다. 사업구역 내 종교시설인 백령성당은 옛 백령병원을 리모델링해 청소년을 위한 시설로 활용하도록 옹진군에 사업을 제안했다. 천주교 인천교구 역시 비어 있는 백령성당을 군이 장기 무상 임대해 사용할 수 있도록 동의했지만 행정절차를 풀기가 쉽지 않다. 국토부 가이드라인상 무상 임대계약이나 토지 사용 승낙만으로는 사업이 어렵기 때문이다.

 옹진군은 이 가이드라인을 풀어 달라고 국토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백령병원 문제를 풀어야만 최종 실행계획을 확정 지을 수 있기 때문에 담당자로서는 하루빨리 국토부에서 해결책을 주기를 기다리며 노력할 뿐이다.

 박 팀장은 백령 심청이마을이 지속가능한 사업이 되기를 바란다. 마을 카페인 수다방은 백령부녀회가, 청소년문화의집은 백령면 청소년, 마을공방은 진촌우정회가 참여해 운영할 계획이다. 초기에는 교육전문가들이 참여하지만 마을활동가를 길러내 미래에는 마을기업으로 발전되는 모습을 기대한다. 영화관이 없는 백령도에 주민들이 작은영화관을 운영하고 옛 사랑방 역할을 마을 카페가 하기를 바란다.

 박 팀장은 "하드웨어적인 시설사업은 눈에 확 띄고 비교도 정확하지만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이 잘 됐으면 좋겠다"며 "주민 교육을 통해 마을시설이 잘 활용됐으면 좋겠고, 일자리도 창출돼 지속가능한 심청이마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사진=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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