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이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300석에 몸을 던진 인당수는 북녘 몽금포 장산곶이라고 추측한다. 백령도 심청각에서 바라다볼 수 있는 곳이다. 심청이 인당수에 뛰어든 뒤 환생한 연봉바위 등이 있는 백령도가 심청전의 무대라는 증거다.
두무진은 백령도 북서쪽 약 4㎞에 걸친 해안선에 따라 오랜 세월 동안 파도와 비바람에 깎여 만들어진 높이 50m 안팎의 규암 절벽이다. 두무진 선대암은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8호다. 조선시대 이대기(李大期·1551∼1628년)가 지은 「백령도지」에는 백령도 연화리 논들에 서해의 신이 머무르는 ‘신지’라는 연못이 있었다고 전한다. 심청이 연꽃에서 나왔다는 이 연못은 1600년대 둘레가 2~2.4㎞이고 주위에는 아름드리 나무가 하늘을 가리고 여러 종류의 학이 살았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백령도 진촌리 북쪽 산(해발 100m)에 심청각을 세웠다.
인천시와 옹진군은 1999년부터 심청가의 무대임을 알리고 있다. 옹진군은 사업비 29억600만 원을 들여 인당수와 연봉바위가 보이는 곳(백령도 북산)에 심청각과 심청 동상을 세웠다. 전통 양식에 따라 2층 한옥 구조로 지은 심청각 1층에는 심청전 일대기를 표현한 모형물과 심청전 관련 고서 8종, 나운규 주연의 1925년 판 ‘효녀 심청전’ 대본, 윤이상 씨의 심청오페라 악보 등이 전시됐다. 2층에는 옹진군의 역사와 명소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물, 인당수, 북녘 땅 등을 볼 수 있는 망원경이 설치됐다.
곡성군은 다른 논리를 펼친다. 심청전의 핵심 이야기인 효녀설화, 개안설화는 여러 유사 형태가 있지만 곡성의 옥과현성덕산관음사사적에 나타난 연기설화만큼 효행, 인신공희, 개안이라는 구조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등장인물의 설정은 그 어느 설화에도 찾을 수 없을 만큼 유사하다는 것이다.
곡성군은 춘향가의 배경인 남원처럼 곡성은 심청가의 탄생지이자 발원지라고 판단했다. 역사 고증을 거쳐 심청이 곡성군 오곡면 송정리에 살았다고 심청 캐릭터를 만들고 심청한옥마을도 지었다.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매년 축제도 개최한다. 올해 10월 18회째를 맞는다.
이 사업에는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설치·운영과 지역주민의 역량 강화를 위한 주민교육, 도시재생대학 사업비 등이 포함돼 있다. 재정 지원이 끝난 뒤에도 계속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마을기업·지역협동조합 등의 운영계획과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예방대책 및 부동산 대책 등도 함께 한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사진=옹진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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