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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와 절경 어우러진 이곳, 삶의 지형도 새롭게 바뀐다

‘백령 심청이마을’ 상생개발 첫걸음 내딛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2019년 06월 17일 월요일 제2면

▲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두무진 전경.
조선시대 이대기(李大期·1551∼1628년)라는 사람은 두무진 선대암을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그 빼어난 풍광은 가히 숨을 멎게 할 정도로 인상적이다. 백령도는 화산섬이다. 썰물이 몸을 드러낸 백령면 진촌리 동쪽 해안선은 백령도가 화산섬이었다는 징후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북단 백령도의 사방은 신비에 둘러싸여 있다.

 천연기념물 제393호인 감람암 포획 현무암 분포지. 국내 감람암 포획 현무암은 백령도와 함께 경기도 연천군 전곡과 강원도 철원 일대, 울릉도와 제주도 등지에만 있다. 현무암 분포지는 신생대 제4기의 소규모 화산활동을 짐작하게 하는 현무암군으로, 이 중에서도 세계적으로 희귀한 형태를 가진 감람암을 감싸고 있다. 두께가 10m 이상인 현무암 용암층 안에 지름 5~10㎝ 크기의 감람암이 박혀 있다.

▲ 도시재생사업 계획도
 이 감람암들은 1천600℃의 용암에서도 녹지 않고 현무암 속에 박혀 있어 마그마의 분화 과정과 상태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학술자료로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용암과 함께 지하 수십㎞ 아래에서 올라온 감람암은 지하 깊은 곳의 생태를 연구할 때 쓰이고 있다.

 감람암 포획 현무암 분포지에서 가까운 밭에는 패총(조개더미)이 숨어 있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패총은 1980년대만 하더라도 백령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용기패총과 말등패총 등이다. 학술조사단은 1974년에 이어 1980년, 1981년 즐문토기와 갈아서 만든 돌도끼 등 신석기 말기 때 유물들을 발굴했다.

 백령도 패총이 주목받은 이유는 북한 해주시 용당포 등지에서 발견된 토기와 문양이 똑같았기 때문이다. 백령도 패총과 비슷한 문양을 가진 즐문토기는 바다 사이로 이웃한 해주시 용당포 말고도 평양시 청호리·금난리 등지에서도 발견됐다.

 백령도에서 백령도다운 것은 뭐니뭐니 해도 사곶해변(천연기념물 391호)과 콩돌해변(천연기념물 392호)이다. 두 해변 모두 석영질 규암이 오랫동안 바닷물의 침식을 받아 쪼개지고 닳아 만들어졌다. 사곶해변은 고운 입자로 모래사장을, 콩돌해변은 콩알만 한 자갈이 해변을 이루고 있다.

▲ 1980년 진촌마을의 모습.
 파도의 풍파에 다져진 사곶해변의 모래는 단단해 한국전쟁 당시 군용비행기의 이착륙이 이뤄졌을 정도였다. 전 세계를 통틀어 이탈리아와 백령도 두 곳에만 존재하는 천연 비행장이다.

 콩돌해변은 이름 그대로 콩알만 한 자갈들이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파도를 따라 이리저리 굴러다닌다. 파도가 해변을 때리고 돌아갈 때면 콩알 크기의 자갈들이 속삭이듯 바스락거린다. 백령도 바위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규암이 해안절벽에서 떨어져 나와 파도와 바람 등의 침식과 풍화에 닳고 씻겨 이곳에 쌓여 형성된 곳이다.

 콩돌해변에는 푸른빛이 도는 유리알도 볼 수 있다. 어떤 이들은 희귀한 돌이라며 호주머니 속에 넣지만 콩돌해변에서 자갈 반출은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상한 돌의 정체는 깨진 소주병이다. 두꺼운 소주병 밑바닥이 파도에 쓸리고 콩돌에 서로 부딪혀 닳은 모양이다.

 백령도 서북단 해안을 지키듯 버티고 있는 두무진의 절경도 빼놓을 수 없는 관광자원이다. 황해도 서쪽 끝 장산곶과 불과 12㎞밖에 안 떨어져 있다. 장군 머리와 같은 형상이라 해서 사람들은 ‘두무진(頭武津)’이라 부르고 있다. 두무진은 수억 년 동안 파도에 의해 이뤄진 병풍인 듯 깎아지른 해안절벽과 가지각색의 기암괴석이 솟아 있다. 동해의 금강산 만물상과 비슷해 일명 ‘남한의 해금강’이라고 불린다.

▲ 2000년 진촌마을의 모습.
 남포리 습곡구조(천연기념물 제507호)도 장관이다. 장촌해안의 단층 및 습곡구조는 장촌포구 서쪽 해안 약 300m 지점인 용트림바위 바로 건너편 해안절벽에 있다.

 중화동교회도 백령도의 명물 중 하나다. 1894년 10월 9일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세워진 교회다. 최초는 1884년 황해도 장연군 대구면 송천리 소래교회다. 두 교회는 선교사의 도움 없이 한국인들 스스로 세운 자생 교회여서 더욱 관심의 대상이다.

 백령도에 사는 동물들도 유명하다. 타고난 사냥기술이 탐나 중국인조차 애걸복걸하며 수입했다는 장산곶 매. ‘궈~어억’ 울음소리조차 희한한 멸종위기종 잔점박이물범.

 백령도의 자연과 문화유산은 단지 백령도 안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가깝게는 북녘 황해도 장산곶, 멀게는 같은 접경지대인 경기 연천이나 강원 철원 등지와 맞닿아 있다. 백령도는 북한과 손을 맞잡고 관광 등을 통해 상생의 길로 이끌 수 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사진=옹진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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