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우승이다."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회 전 이강인 선수가 밝힌 출사표다. 처음에는 막내의 당찬 포부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 젊은 태극전사들은 조별리그 3차전과 일본과의 16강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당시 정정용 대표팀 감독은 "가는 데까지 가보겠다"고 다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결승 진출은 생각도 못했다. 대한민국 남자 축구가 FIFA(국제축구연맹) 주관 대회에서 무려 준우승이라니….

 우리 젊은 태극전사들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일본을 넘어 8강 세네갈에 이어 4강 에콰도르까지 넘더니 결국 준우승을 차지했다. 36년 전 멕시코에서 4강 신화를 쓴 붉은 악마들을 극복하며 한국 축구사뿐만 아니라 FIFA의 월드컵 축구사를 새로 쓴 것이다.

 이번 준우승을 일궈낸 대한민국 대표팀은 선수와 코칭 스태프가 모두 하나인 ‘원팀’이었다.

 천재 미드필더라는 이강인부터 골게터 오세훈·조영욱, 수비수 최준·이지솔, 경기마다 빛나는 선방을 보여준 ‘빛광연’ 이광연 선수까지 모든 선수가 서로의 플레이를 살려주고 이타적으로 희생했다.

 이제 우린 전 세계 축구계의 부러움을 사는 황금세대를 보유하게 됐다. 앞으로 이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지난 1997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서 우리와 상대한 프랑스 대표팀의 티에리 앙리 선수는 향후 세계적인 축구 스타가 됐다. 10년이 지난 2007년 한 스포츠용품 메이커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앙리는 맞대결을 벌였던 한국 선수 중 몇 명이 현재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는지 궁금해 했다. 부끄럽게도 이관우, 안효연, 박진섭, 서기복, 김도균 등이 뛰었던 당시 멤버 18명 중에는 10년이 흐른 뒤 국가대표에 포함된 선수는 없었다.

 앙리는 "청소년대회에서는 언제 누가 우승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들이 어떻게 성장해 얼마나 많이 A대표로 뛰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라며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그동안 우리는 한국축구를 짊어질 예비스타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얼마 후 그저 평범한 선수로 전락, 관심 밖으로 밀려난 선수들을 어렵지 않게 봐 왔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구슬 서 말’은 준비됐다. 이제 이 구슬들을 어떻게 보배로 꿰느냐가 숙제로 남았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