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2019 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아시아 국가로선 1981년 카타르, 1999년 일본에 이어 3번째다. 결승전에선 아쉽게도 우크라이나에게 3:1로 졌다. 하지만 위안이 될 만한 깜짝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축구 천재 이강인 선수가 마라도나, 메시 같은 세계적인 전설들과 나란히 골든볼 수상자에 선정됐다. 돌이켜보면 포르투갈에 석패한 첫 경기 때만 해도 여기까지 올 줄 몰랐었다. 막강한 아르헨티나를 물리치고, 16강에 겨우 올라 일본을 이겼을 때는 운이 좋았으려니 했다. 그런데 세네갈과 맞붙은 8강전부터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다. 공을 몰고 다니며, 패스하고, 상대방을 압박하는 모습이 월드클라스 수준으로 바뀌었다. 4강에서 만난 에콰도르와의 경기는 이러한 장점이 더욱 완벽하게 업그레이드 됐다.

 비주류에 속하는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결승전에서 만나는 시나리오도 어느 누구 하나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두 팀은 쉼 없이 뛰어다니며 탄탄한 수비와 전광석화 같은 역습으로 상대팀을 무력화시켜 나갔다. 파이브백으로 수비하다 공격 시 스리백으로 전환하거나, 수비에서 빠른 역습으로 상대 골문을 두드리는 유형은 두 팀 모두 강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무장돼 있음을 보여준다. 어느 팀이 이겼어도 놀랍지 않은 이유다. 안타깝게도 우승을 위해선 하나가 더 필요했다. 강한 압박과 부담을 뚫고, 바늘 구멍 같은 기회를 포착해 실제 골로 연결시키는 일이 그것이다. 이러한 한계 상황에서의 집중력과 행운은 모두 우크라이나에서 나왔다.

 물론 우리 대표팀 역시 대단했다. 실점을 한 이후에도 아름다운 이타심과 끈끈한 팀워크, 강한 정신력으로 마지막 땀 한방울까지 쏟아내며 여러 번의 결정적 찬스를 만들었다.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차원 높은 전술 구사와 탁월한 용병술, 소통의 리더십으로 한국의 축구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간 정정용 감독과 스태프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U-20 축구대표팀은 힘든 현실 속에서 웃음을 잃고 고개 숙인 국민들에게 ‘하면 된다’는 희망과 자부심을 선사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상상 이상의 전율과 감동, 행복을 만끽할 수 있었다. 정말 잘 싸웠다. 그리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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