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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종희 녹색에너지 파란자전거 대표이사
요즘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U-20월드컵 국가대표 ‘막내형’ 이강인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남자축구 사상 첫 월드컵 준우승이라는 역사를 쓰면서 더욱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여기서 이강인은 18세라는 팀 최연소에도 불구하고 2골 4도움의 기록으로 골든볼을 수상했다.

 이렇게 이강인에 대한 관심도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또 한사람이 세간의 이목을 받고 있다.

 그는 바로 이강인의 초등학교 시절 지도했던 최진태(52) 감독이다.

 필자가 지난 1970년대 안양중학교 축구부 시절 최진태 감독과 함께 축구를 했었다. 당시 안양중 축구단은 전국 최강의 팀이었고, 최 감독은 나이에 비해 작은 체구의 선수였기에 팀 내에서 두각은 나타내지 못했지만, 축구 기술만큼은 정말 뛰어났던 선수로 기억된다.

 최 감독은 지금 이강인이 잘 쓰는 ‘마르세이유 턴’을 구사했었다. 그때는 그 기술이 마르세이유 턴인지도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최 감독이 사용했던 발바닥 기술 중에 하나였고, 작고 왜소한 최 감독은 훈련 때나 시합 때마다 발바닥 기술을 춤추듯 쓰던 것이 기억난다.

 그렇게 시작된 최 감독과 인연은 2017년 필자의 손자가 달리기를 잘해 축구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최 감독을 찾아가 축구 테스트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손자가 축구 소질이 있다는 말을 듣고 즉석에서 손자를 최 감독이 가르치게 됐고, 감독과 할아버지 관계가 맺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최 감독이 이강인의 스승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어린 시절 친구 최진태’, ‘손자를 가르치는 감독 최진태’, ‘이강인 스승 최진태’ 등 여러 가지 관계에서 내가 본 최 감독의 모습 가운데 어떤 좋은 면이 있기에 이강인 같은 훌륭한 선수를 키울 수 있었을까 생각해 봤다.

 최 감독이 가끔 지난날 고생했던 추억담을 말할 때 빼먹지 않고 했던 말이 인천 유나이티드 아카데미 감독시절 인천구단에서 국내 처음으로 시작했던 유치부 축구 특강에 대한 이야기다.

 당시 젊은 코치들이 가르치기 힘들다며 강의를 나오지 않을 때 50대 자신이 도맡아 유치부 어린이들을 지도했을 때가 가장 많이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난 후 지금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한다. 그 보람은 바로 아이들의 실력이 향상되는 모습을 스스로 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 감독은 필자 손자를 가르치는 동안 손자, 아니 함께 수업하는 어린이들에게 혼을 내는 모습을 본적이 없다. 항상 ‘잘 했어요’, ‘이렇게 해봐요’, ‘그러면 안 돼요’ 등 존댓말로 훈련을 시키는 최 감독이었다.

 가끔 너무 유하게 가르친다 싶어 혼도내고 엄하게 가르치라는 조언도 해봤지만, 최 감독의 지도 스타일은 변하지 않았다. 그만의 지도력이었던 것이다.

 어린이를 어린이로 생각하고 가르치는 축구지도자들이 많이 생기고, 그런 축구문화가 국내 어린이 축구교육에 정착될 때 제2의·제3의 이강인이 탄생할 것이라 필자는 확신한다.

 이 글을 쓰면서도 중학교 시절 빡빡머리에 마른 몸으로 춤추듯 드리블을 하던 최 감독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때 최 감독도 덩치만 좀 좋았으면 유명 축구선수가 됐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많다.

 하지만 축구는 체격조건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강인 선수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의 한국축구가 기대된다. 이강인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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