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세계 경제 둔화와 함께 우리 경제의 성장세에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말했다. 10일에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도 ‘확대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한목소리로 경제위기를 언급했다. 의외가 아닐 수 없다. 위기의 원인으로 제시한 미·중 무역전쟁과 수출 감소는 이미 올해 초부터 가시화된 현상으로 그다지 새로운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2주년 대담에서 "하반기에는 잠재 성장률인 2% 중후반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 (중략) 총체적으로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근의 위기론이 추경 처리를 위한 명분 쌓기용이 아닌지 의심이 드는 이유다. 물론 대통령과 당정청만 인정하지 않았을 뿐 한국경제는 오래전부터 먹구름에 뒤덮힌 상태다. 따라서 원론적으로는 추경을 집행하는게 타당하다. 문제는 현 정부의 추경 집행 성적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점이다. 지난 2년간 연속해서 추경을 편성했지만 엄청난 규모의 불용액(不用額)만 발생했고, 성장률도 2017년 3.1%에서 2018년 2.7%, 2019년 2.5%(한은 전망치)로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이번 추경안도 별반 차이가 없긴 마찬가지다. 재난 상황이나 대규모 위기에 편성되는 추경의 본래 목적과 거리가 멀어 효과가 없을 거라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최근 2년처럼 내부적·구조적 요인으로 우리만 홀로 성장률이 추락하는 상황에선 아무리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추경을 집행한다 해도 경제적으로 큰 반전이 일어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시장경제 원리에 충실해야 경제가 발전한다’는 명제는 이론적으로, 경험적으로 이미 입증된 진리다. 이에 역행해 (정부가) 국민과 기업의 경제 활동에 개입하고 경제적 자유를 제한하면, 혁신과 효율은 떨어지고 경제는 침체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무위도식, 불로소득이 범람하는 분배형 포퓰리즘이 온 나라에 물들게 되면 후대가 갚아야 할 막대한 빚까지 끌어안은 채 추락할 수밖에 없다. 시장경제 원리에 맞도록 정책을 전환하는게 우선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와 노동개혁·규제개선’ 없는 추경 집행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마찬가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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