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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류지하보도 내 노숙인이 사용하고 있는 매트리스가 깔려 있다. 박종현 기자.
수원지역 팔색길 중 하나인 수원둘레길로 지정돼 있는 세류지하보도가 수원시의 관리 소홀로 인해 시민들의 이용률 저조는 물론 둘레길 근본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

17일 수원시에 따르면 세류지하보도는 지역주민들에게 통행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2006년 세류지하차도 양옆에 각각 290m, 240m 길이로 지어졌다. 이를 합치면 수원지역 내 지어진 10여 개의 지하보도 중 가장 긴 규모에 속한다.

특히 세류지하보도는 2011년 시가 시민 건강 증진과 관광 활성화를 위해 선정한 광교호수공원과 황구지천, 효행공원 등을 지나는 총 60.6㎞ 길이의 ‘수원둘레길’ 코스 중 하나로 선정된 바 있다. 그러나 주변 지역 주민들은 시의 무관심 속에 세류지하보도의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용을 꺼린다.

이날 오후 5시께 수원역 방향 세류지하보도의 평동 방면 입구에는 매트리스 위에 간이 텐트가 쳐져 있었으며, 주변으로 이불 등 침구류가 널브러져 있었다. 텐트 안쪽에는 지난 겨울 동안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방한점퍼와 휴지, 소주병 등의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었고, 보도 안쪽으로 들어가면 담배꽁초 등의 흡연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또 배설물이 있었던 자국과 함께 날벌레, 악취까지 발생했다.

일부 타일이 떨어져 있거나 천장에서 물이 새고 있었으며, 오르막인 보도 입구에 부착돼 있는 철제 손잡이는 떼어진 채 방치돼 미관을 해치고 있었다.

세류역 방향 지하보도 CCTV 바로 아래에 깔려 있는 노숙인용 매트리스는 한눈에도 방치된 지 오래돼 보였다.

보도 벽면에는 이곳이 수원둘레길임을 알리는 표지판과 무단 투기자를 처벌한다는 내용의 표지판이 부착돼 있었지만 이에 아랑곳않고 컵라면 용기와 물통, 과자비닐 등의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이날 오후 5시부터 2시간가량 보도를 돌아다녔지만 노숙인을 제외한 보행자는 단 7명뿐이었다. 주민 권모(57·여)씨는 "지난 10년간 이곳을 지날 때마다 불안함을 느껴 이용을 꺼리고 있다"며 "기온이 올라가면서 야간에는 이곳에 거주하는 노숙인들이 동료 노숙인을 불러와 술판을 벌일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직원들이 자주 나가 청소를 하며 노숙인에게 퇴거를 요청하고 있지만 잘 협조해 주지 않는다"며 "앞으로 보도 내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 청소용역을 운영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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