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란을 통해 가끔 얘기했듯이 4년째 한 단체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1953년 출생 모임인 ‘53이우회’부터 65년생 ‘65동문회’까지 13개 기수로 회원 수가 1천200여 명에 이른다. 대부분이 이천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회원들로 구성,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단체 중 하나이다.

 1년에 가족체육대회와 회장 이·취임식 등 두 차례 큰 행사를 치른다. 이 중 5월 치러지는 체육대회가 더 크고 화려하게 개최된다.

 올해로 4번째 체육대회를 치렀지만 의전문제로 행사 때마다 고민에 빠진다. 예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보면 행사를 마치거나 치르는 중에도 의전문제로 담당자가 엄하게 질책을 받는 경우를 가끔 본 적이 있다.

 그래서 행사를 치르 때가 되면 의전으로 여러 가지 고민이 되기에 여러 곳에 자문을 받아 본다. 이 때문인지 행사 때 내·외빈 소개로 뒷말을 들은 적은 없다.

 문제는 지난 6일 제64회 현충일.

 나라를 위해 싸우다 숨진 장병과 순국선열들의 충성을 기리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제정한 법정 기념일로 호국 보훈의 뜻을 바로 알고 그들의 희생정신을 되새기는 날. 이처럼 모두 다 아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이천시에서 다른 해와 달리 색다른 행사의전으로 볼썽사나웠기 때문. 예전 행사에서는 자치단체장, 국회의원, 시의회의장 등 좌석배치는 물론 축사나 헌화 등으로 식순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 현충일 행사에서는 시의회의장 자리로 생각했던 곳에 집권 정당의 지역책임자가 앉았고 헌화도 먼저 한다.

 더욱이 행사당일 좌석배치도에는 시의회의장 자리로 인쇄돼 있으나 볼펜으로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에게 사유를 물어보니 정당지역 사무실에서 다른 곳에서는 그렇게 한다고 전화가 와서 바꿨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내에서 서열이 높을지는 모르겠지만 당내 행사가 아닌 지방자치단체 공식 행사에서는 시의회의장이 우선한다고 입을 모은다.

 요즘 외교부의 의전문제가 종종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의전은 상대를 존중하고 스스로가 존중받는 고도의 품격 있는 절차로 이 세심한 과정이 무시될 때 목적이 흐려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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