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기본을 갖추는 일에 신경 쓰겠다." 지난 17일 박남춘 인천시장이 붉은 수돗물 사태에 대해 대시민 사과를 하면서 한 말이다.

그러면서 도시기반시설과 행정시스템에 대한 혁신 카드를 꺼냈다. 혁신의 가장 무서운 적은 실수가 아니다.

아집에 사로잡힌 게으름이다. 적수 사태의 원인은 구태에서의 안주, 바로 그것이었다. 태만과 무지를 감추고 숨기기에 급급한 일하지 않는 자들의 전형이었다. 본보는 무너져 가는 도시의 기본을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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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기하수처리장 전경. /사진 = 인천시 제공
도시의 기본인 환경기초시설이 인천시의 땜질식 처방에 곪고 있다. 대비할 기회는 충분했으나 시는 무책임하게 골든타임을 흘려보냈다.

18일 시에 따르면 2015년부터 추진한 연수구 동춘동 승기하수종말처리장 재건설 사업 방식을 여전히 ‘검토 중’이다. 1994년 준공된 승기하수처리장의 방류수 수질기준 초과일수는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67일, 총질소(T-N) 337일이다.

시는 2005년 말 시민간담회를 여는 등 도시개발사업과 새 하수처리장 건립을 병행하는 민간투자 방식으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주민 반대에 부딪치자 2017년 재정사업으로 슬그머니 방향을 틀었다. 3천200억 원을 들여 재정사업으로 하수처리장을 짓겠다는 시의 이 같은 계획은 현실적으로 불가했다. 하수도정비기본계획에도 사업 내용을 반영시키지 못했다.

청라소각장은 이미 2015년 내구연한이 종료됐다. 이곳의 연간 총 소각량은 11만8천700t이다. 하루 처리용량으로 따지면 387t가량(가동일수 307일)이다. 이는 처음 설계용량인 500t보다 22.6%나 감소한 양이다. 대보수나 현대화하지 않고 시설을 유지했을 때 2025년 이후 반입용량은 350t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청라소각장은 2025년 766t, 2030년 785t의 처리용량 소각시설이 필요한 것으로 예측되지만 이에 대한 시의 계획 수립은 차일피일이다. 민원에 부딪쳐 미뤄 놓은 기본계획 수립 등 남은 절차는 올 하반기에나 이뤄질 예정이다.

허술한 시설에 예산을 허투루 쓰는 일도 있다. 송도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은 염도가 600∼800㎎/L에 달한다. 매립지에 묻은 하수관 내부로 염분이 유입돼 타 지역의 일반적인 재이용수 염도인 100~200㎎/L보다 월등히 높다. 재이용수 염도 문제는 2009년부터 운영된 1단계 시설(165억 원·처리용량 1만3천t)에서부터 있었다. 시는 281억 원을 추가로 들여 2단계(2만t) 시설을 확충하면서도 높은 염도를 해결하지 못했다.

수요처에서 이용을 꺼리다 보니 하루 공급량 6천여t 중 유상판매는 140t에 그친다. 재이용시설의 연간 유지관리비로 13억 원이 들어가는 반면 재이용수 유상판매는 4천만 원(1t당 464원)가량이다.

시는 재처리수 이용을 확대하기 위해 염분제거설비를 설치할 계획이지만 58억 원(국비 30% 신청)의 예산을 추가로 들여야 한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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