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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6월의 홍콩은 대규모 시위와 반중(反中) 집회, 파업 예고와 철회 등으로 소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천안문 사건 30주년 추모 집회에 18만 명이 모였고, 중국으로의 범죄인 송환(송환법)을 허용하는 조례 개정 반대 시위에는 100만 명이 넘었다. 홍콩 인구 700여만 명 가운데 어린이와 노인을 빼면 ¼ 이상이 거리로 나와 반중 시위를 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현행 규정에서 범죄인 인도는 홍콩의 회고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돼 있다. 이 조항을 개정하는데 의회 심의가 없어지고, 행정수반과 법원의 문서 검토로 인도할 수 있다는 정도는 사실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행정수반은 실제로 중국 측이 구성하는 선거위원단의 투표로 뽑히는 만큼 베이징 당국이 임명하는 것과 다를 바 없고, 의회라고 해봐야 친중국파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약간의 절차상 차이뿐이기 때문이다. 베이징 당국이 원하면 현행 규정이나 개정안이나 별반 다름없이 범죄인 인도가 이뤄지는 건 자명하다. 그렇다면 100만이 넘는 홍콩인들이 시위에 나선 것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어쩌면 지난 23년 동안 홍콩인들은 중국 본토에 대한 반감과 공포를 표출한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더구나 천안문 집회를 주관한 단체는 ‘애국민주운동을 지원하는 홍콩 시민연합회’라는 명칭에서 보듯이 애국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애국은 홍콩의 독립이라는 요구에 다름 아니다.

 믿을 만한 소식에 의하면 홍콩인들이 베이징의 정책에 불만스러워 하는 수효가 절대적으로 많은 건 아니다. 중국 본토와 왕복이 편해지는데 찬성하는 수효도 많고, 본토 남성과 홍콩 여성의 결혼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경제적 통합과 다양한 사회적 교류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본토에서는 매일 150명씩 연 6만 명 정도가 홍콩으로 이주해 지금까지 100만 명 이상 본토인이 홍콩인이 됐을 정도로 결코 분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보면 외부에서 보기에 홍콩인의 집회와 시위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일국양제, 즉 중국이라는 지붕 아래 사회주의 중국과 자본주의 홍콩이 공존하는 제도는 ‘중국이 좋으면 홍콩에는 더 좋다’는 식의 약속 아래 지금까지 큰 균열 없이 지속됐다. 2003년 국가에 대한 반영과 선동·전복을 금지하는 국가안전법의 입법 시도가 홍콩인 50만 명의 시위로 좌절됐고, 이후에 ‘중국과 분리되지 않고서 홍콩인으로서의 존엄과 품격이 유지’되는 쪽으로 기대가 컸었다.

 문제의 핵심에 홍콩인의 분노 가운데 시민으로서의 의견이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고 시민의 뜻이 반영된 적이 없다는 절망감이라는 지적이 있다. 아무리 외쳐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좌절감, 홍콩이라는 공간이 지니는 특수한 위상을 제거하려는 베이징 당국의 시도가 계속돼 왔다는 의심이 기저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홍콩의 특수한 위상이 홍콩에만 유리하고 중국에는 불리한 걸까? 그렇지 않다. 홍콩을 중국화하는 것이 중국에 유리한 것은 아닐 것이다. 아니 그런 뜻을 베이징 당국이 갖고 있다면 심히 위험하고 불행한 일일 것이다. 중국도 언젠가는 민주화가 될 터이고 홍콩의 실험(?)은 좋은 경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송환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홍콩이 본토에 비해 더 많은 자유를 누리기에 전 세계 사람들이 즐겨 홍콩을 찾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홍콩은 중국에 대한 비판이 가능한 곳인 동시에 본토에서 낼 수 없는 목소리가 바깥으로 내보내는 곳이기도 하다.

 억눌린 목소리를 외부로 보낼 수 있는 홍콩은 틀어막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현재보다 더 열려야 하는 곳이다. 이것이 미래의 중국을 위해서 바람직한 방안이다.

 홍콩은 분명 중국의 일부분이고 중국이 없으면 홍콩도 없다는 견해를 부정할 사람은 없다. 같은 선상에서 홍콩의 번영과 자유가 중국을 위협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중국의 번영을 견인하는 역할을 계속하리라고 보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이고 타당한 관점이다. 홍콩인 100만 명의 시위는 반중(反中)이라기보다 통합이라는 옹고집을 압박하는 시진핑의 베이징에 보내는 자유민의 외침이자 호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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