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달부터 금주 시작했어." 최근 갑자기 금주를 선언하는 지인이 늘어났다. 직감적으로 공감했다. 왜냐하면 드디어 소주 5천 원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소주 한 병 기준으로 평균 7잔 정도 나오니까, 한 잔당 714원 정도 된다. 이처럼 지난달과 이달에 걸쳐 소주, 맥주 가격이 줄줄이 인상됐다. 먼저 하이트진로는 지난 5월 1일부터 소주 출고가격을 6.45% 인상했다. 이로써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360ML)의 공장 출고가격을 병당 1천15.70원에서 65.5원 오른 1천81.2원으로 변경했다. 3년 5개월 만이다. 이달 1일에는 롯데주류가 ‘처음처럼’, ‘클라우드’, ‘청하’의 출고가를 인상했다. 평균 인상률은 소주 6.5%, 클라우드 9%다. 처음처럼(36ML)은 1천6.5원에서 1천79.1원으로 73원 오르고, 클라우드(50ML)는 1천250.0원에서 1천383.0원으로 133원 오른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부자재 가격, 물류비, 인건비 등 비용 증가로 원가 부담이 늘면서 어쩔 수 없이 출고가를 인상하게 됐다"며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인상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출고가만 보면 100원 정도 오른 것이다. 뭐 이정도로 부담을 느끼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술값은 다르다. 소주 출고가 인상에 식당에서 판매하는 소주 가격은 기존 1천 원이 뛰어올라 5천 원을 상회한다. 그래서 체감정도가 더 세다.

 맥주 가격에도 변화가 예고됐다. 정부가 50년 묵은 조세법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변경됐다. 맥주와 막걸리에 한해 우선 적용된다. 종가세는 판매 가격이나 수입 가격에 따라 세금을 매기고 종량세는 술의 용량이나 알코올 도수로 세금을 부과한다. 이번 주세법 변화로 국산 맥주와 캔 맥주는 세 부담이 줄어들지만 페트·병, 생맥주, 수입맥주는 세 부담이 늘어난다. 정부가 가장 세 부담이 높은 생맥주 세율을 20% 경감해주기로 했지만 딱 2년까지다.

 천 원 더 비싸진 소주처럼 물가 상승 흐름을 고려했을 때 장기적으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어찌 보면 술값 인상은 스타벅스 커피 한 잔 가격과 비슷해졌다고 스스로 위로하면 마음이 편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주(酒)님이 우리 삶에 준 작은 기쁨마저 부담스러워지는 것이 아닐까 라는 조심스러운 걱정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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