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동물이 되어 보자
찰스 포스터 / 눌와 / 1만5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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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삶은 어떤 것일까. 궁금하다면 직접 동물이 되면 된다. 오소리가 돼 지렁이를 먹어 보고, 수달처럼 한밤중에 강에 뛰어들고, 사냥개에게 쫓기는 사슴이 돼 보자.

 「그럼, 동물이 되어 보자」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동물의 세계를 이해하려 한 시도다. 저자 찰스 포스터는 직접 맨몸으로 자연에 뛰어들어 철저하게 동물의 감각으로 세상을 느껴 보려 한다. 인간의 눈이 아닌 오소리의 코와 수달의 수염, 칼새의 깃털로 느낀 세상은 어떤 것일까. 그는 정말 동물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영국의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수의학과 법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수의사이자 옥스퍼드대학의 연구원이며 동시에 변호사이기도 한 그가 엉뚱하게도 동물이 되겠다고 나선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동물이 돼 본다는 지적인 호기심을 넘어선 무언가가 있는 걸까.

 찰스 포스터는 이 질문에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라고 답한다. 우리는 정말 가깝고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는 상대와의 사이에서 가끔은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어떤 벽이 존재한다고 느끼곤 한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은 그만큼 쉽지 않고 그렇기에 더 소중한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과정은 상대의 입장이 돼 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동물이 되는 것은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음을 확인하는 한 가지 방법이 아닐까. 절대적인 타자로 보이는 동물과도 어떻게든 뭔가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내 아이들과 주변의 사람들을 더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동물이 돼 보려 한 찰스 포스터의 시도가 그토록 절박했던 이유 중 하나다.

 동물이 돼 보겠다는 시도 끝에 저자는 인간이 생각보다는 자연세계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깨달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더 나아가 우리 인간 말고도 이 지구 위에서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는 존재, 즉 동물들이 있다는 데서 위안을 얻는다.

 이 책에는 동물의 감각으로 발견한 자연의 아름다움, 그 안에서 한없이 무능하기만 한 지은이 자신에 대한 자조적인 유머가 함께 한다. 동물을 이해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더 공감할 수 있고, 스스로도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 믿은 찰스 포스터는 이 책으로 2016년 이그노벨상 생물학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13개국에 번역·출간됐다.

역사의 쓸모
최태성 / 다산초당 / 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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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라고 강조하는 저자는 「역사의 쓸모」에서 자신이 만난 역사 속 인물을 소개하며 그들의 삶에서 어떤 통찰을 얻고 어떤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았는지 이야기한다. 죄인으로 기억되지 않기 위해 500여 권의 책을 집필한 정약용, 출신의 한계를 비관하며 절망하는 대신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판을 짠 정도전, 시대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생을 바쳐 독립운동을 한 이회영 등 자신만의 궤적을 그리며 살다 간 인물을 여럿 소개하며 ‘한 번뿐인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독자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인생을 사는 동안 우리는 늘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우리를 억압하는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져 품위 있는 선택을 하고 역사 앞에서 떳떳한 삶을 살 수 있는 길을 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시아 라일런트 / 북극곰 / 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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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삶」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수많은 동물들의 목소리를 가만히 들려준다. 그리고 삶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지를 알려 준다. 이처럼 「삶」은 깊고 아름다운 성찰의 시간을 선물하는 책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어린이 책 작가 신시아 라일런트가 쓴 시적인 글과 뉴욕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브렌던 웬젤이 그린 놀라운 풍경 및 매력적인 생명체들은 모든 연령대의 독자들에게 영감을 준다. 신시아 라일런트는 1983년 「어릴 적 산골에서」로 칼데콧 상을, 1993년 「그리운 메이 아줌마」로 뉴베리 상과 보스턴 글로브 혼북 상을 수상했다. 브렌던 웬젤은 2017년 「어떤 고양이가 보이니?」로 칼데콧 아너 상을 수상했다.

이들은 이 책을 통해 삶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을 본 독자들은 삶을 더욱 사랑하게 되고, 어떤 역경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힘과 용기를 갖게 되지 않을까.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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