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하다. 최근 계속된 붉은 수돗물 사태는 이 말밖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조명래 환경부장관이 인천시를 향해 감사원 감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성난 목소리에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데도 무리하게 수계전환을 실행했고, 인천시 공무원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는 말에서는 인천시민이라는 것이 창피할 지경이다. 요 며칠 사이 전국에서 물 지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돗물 때문에 고통을 받는 주민들에게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인천시민이 왜 이런 도움을 받는 처지에 놓이게 됐는지 울화통이 터진다.

최악의 수돗물 사태에 대비한 시나리오도 미흡했고 우왕좌왕하다 제때 처리해야 할 골든타임도 놓쳤다. 시민들이 붉은 수돗물에 대해 아우성을 쳐도 인천시는 마셔도 아무 문제없다고 장담했다. 구토를 하고 피부발진을 호소해도 오히려 눈을 부라렸다. 하지만 마실 수 있는 물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빨래나 설거지 등만 할 수 있는 물을 안심하고 마시라고 한 이가 누구인지, 이번 수돗물 사태의 근본적인 책임을 진 자가 누구인지 책임자를 찾아 처벌하고 다시는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박남춘 시장은 정부의 중간발표가 있던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붉은 수돗물 사태의 책임을 물어 상수도사업본부장과 공촌정수사업소장을 직위해제했다. 분명 그들에게 책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사태를 키우고 제대로 상황을 정리하지 않은 이들은 그들이 아닐 것이다. 이 때문에 ‘꼬리 자르기’식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태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 같다는 비판이다. 이번 사태는 인천을 전국적으로 망신스럽게 하고 인천시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 있을 수 없는 인재인 만큼 인천시가 좀 더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당연히 사태를 총괄 지휘한 박남춘 시장과 박준하 행정부시장 그리고 기획조정실장은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20일 동안 인천시가 보여준 모습은 재난상황에 대한 효율적인 대처보다는 우왕좌왕하다 사태를 해결할 골든타임도 놓치고 피해만 확대시켰다. 재난관리 능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몇 년 전에 국정농단사태가 벌어졌을 때 ‘이게 나라냐’라는 말을 국민들이 푸념처럼 쏟아냈다. 이제 인천에서는 ‘이게 인천시정의 참모습이냐’라고 비난하고 있다. 박남춘 시장이 어떤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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