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대가 봉사하는 최광열(맨 오른쪽)·최정수(왼쪽 두 번째)·당희성(왼쪽 첫 번째)가족이 그동안의 봉사활동에 감사의 뜻으로 ㈔인천곰두리봉사회로부터 ‘기부천사 명패’를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3대가 봉사하는 최광열(맨 오른쪽)·최정수(왼쪽 두 번째)씨 가족이 그동안의 봉사활동에 감사의 뜻으로 ㈔인천곰두리봉사회로부터 ‘기부천사 명패’를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어머니가 뇌경색으로 쓰러지시고 나서 봉사단체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고마움을 실천으로 이어가자고 마음먹었고, 지금은 3대가 모두 봉사에 나서고 있습니다."

 불경기라며 울상 짓고 있는 소상공인들 가운데 매출 걱정을 뒤로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이가 있다.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호구포역 인근에서 부대찌개집을 운영하는 최정수(40·여)씨다.

 그는 2017년 4월부터 매월 넷째 주 수요일마다 ㈔인천곰두리봉사회에 부대찌개 100인분을 기부하고 있다. 최 씨가 제공하는 부대찌개는 봉사회가 돕고 있는 장애인과 홀몸노인들의 식탁에 올라 그들의 몸을 따뜻하게 한다.

 최근 봉사회는 최 씨의 가게에 ‘기부천사’ 명패를 달아줬다. 30년 역사를 가진 단체에서 왜 3번째로 선정됐는지 의아했다. 봉사회는 다양한 이유로 꾸준하게 기부하는 곳이 점점 줄고 있다고 했다.

 그의 나눔 계기는 부모님이다. 2012년 어머니 이종숙(58)씨가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 다양한 봉사단체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그들의 도움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어느 순간, 봉사의 의미를 되뇌었다고 했다. 그때부터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일들을 찾기 시작했다.

 경찰관 출신 아버지 최광열(67)씨는 오래전부터 이웃들을 돕기 좋아했다. 처음에는 삭막한 사건현장을 벗어나 사회의 따뜻한 면을 보고 싶어 봉사를 시작했다. 정년으로 제복을 벗은 그의 현재 직업은 ‘봉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빵 공장에서 일하고 품삯 대신 도너츠를 받아 기부한다. 몸이 불편하거나 외로운 이들을 수시로 찾아 마사지와 목욕을 돕는다. 봉사회 차량 운행을 도맡는 날도 있다. 특히 딸 정수 씨가 매달 기부하는 날이면 식당을 지켜야 하는 딸을 대신해 부대찌개를 받아 직접 봉사현장을 찾는다. 딸의 조리법대로 찌개를 끓여 한상을 뚝딱 차려 낸다.

 최근에는 최정수 씨 아들 당희성(11·인천도림초교 5년)군까지 홀몸노인 봉사에 참여하며 3대가 이웃사회에 따뜻한 정을 나누고 있다. 최 씨 부녀는 당 군이 몇 번의 봉사활동으로 주변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져 놀랐다. 주위 학부모들에게 자녀의 봉사활동은 사회를 밝게 하고 인성교육으로 이어지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최정수 씨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즈음 아들과 외롭게 지내는 어르신들을 찾아 생필품을 전달하는 봉사활동에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며칠 뒤 폭설이 오니 아들이 그 어르신 안부를 먼저 걱정하더라"며 "학교에 장애를 가진 친구를 이상하다고 표현하던 아이였는데, 이제는 이상한 것이 아니라 아프다는 것을 알고 짓궂게 장난치는 다른 아이들에게서 보호하고 있다"며 칭찬했다.

 그는 또 "언제라도 자신과 가족의 건강이 나빠지거나 경제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데, 그럴 때 나를 돕는 손길이 얼마나 고마운지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외면하지 말고 돕고 살자"며 미소를 지었다.


장원석 기자 stone@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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