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열 걸음이 아닌 열 사람의 한 걸음을 만들자.’ 1998년 10월 살기 좋고 활기찬 인천 만들기 선언에 즈음한 인천의제21추진협의회(현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공동대표의 약속이었다.

풀어야 할 지역 문제에 개별적이고 반목했던 시민·기업·인천시 등 각 주체들의 반성이었다. 동시에 서로 간 이해로 인천 미래를 책임지는 동반자 역할의 다짐이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과거로 회귀(回歸)하는 듯하다. 내 뜻을 거스르는 상대는 대화와 타협 아니라 배척과 멸시의 대상이다.

시민사회단체의 내 편, 네 편의 편 가르기와 배려 없는 세력화는 정도를 더해 가고 있다. 본보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의 갈등을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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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참언론시민연합은 지난 12일 인천시청에서 주민참여예산지원센터 불법 민간위탁을 취소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인천시 공무원은 A시민단체 때문에 시달려 업무를 보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A단체는 시 공무원이 거짓말로 특정 단체를 보호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시가 불법 행정을 펼쳤다며 소송을 걸었다.

23일 시 등에 따르면 A단체는 시를 상대로 주민참여예산지원센터 위탁 무효소송을 걸었다. 지자체 고유 권한(예산편성권)을 민간단체에 넘겨준 것을 문제 삼았다. A단체는 센터를 B사단법인이 맡은 뒤 C시민단체와 관련 있는 곳만 시 계획형(올해 예산 50억 원) 시범사업에 선정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시는 4개 분야에 선정된 단체는 센터가 심사위원회(공무원 2명, 센터 1명, A법인 1명, 외부 교수 2명 등)를 꾸려 공정한 심사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A단체는 시 입장을 ‘거짓 해명’이라고 설명한다.

확인 결과, 외부 교수 2명은 B법인의 이사로 사실상 B법인 관계자가 4명, 공무원 2명이 참석한 심사였다.

시가 갈등을 부추긴다는 의견도 내놨다. A단체가 지난 12일 센터 위탁을 취소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자 시는 A단체가 예전 C단체의 전 핵심 멤버들로 단체 간 갈등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A단체 관계자는 "C단체 핵심 멤버로 활동한 사실이 없고, A단체가 시 본연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설명도 틀렸다"며 "A단체의 정당한 문제 제기를 시가 단체 간 갈등으로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가 다시 민간 등 공모 절차를 거친다고 해명한 것은 B법인이 편파 구성한 심사위를 통해 자신들의 우호 조직을 선정하는 행위를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심사위 구성은 센터에서 해 이사인지 몰랐고, 알았다면 그건 아니라고 했을 것 같다"며 "시의원에게 위원 추천했을 때 결격 사유 없고 월급 받는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동조하는 교수를 초빙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C단체에서 활동한 것 맞고 (그건)주장하기 나름"이라며 "주민참여위원 200명은 예산편성까지로 예산집행은 계약법 때문에 관여하지 못하고, A단체 관계자는 1시간 넘게 전화해 취조하듯 따진다"고 덧붙였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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