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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식 (사) 인천시 서구발전협의회 회장
심장수술을 잘하기로 명성이 자자한 어느 외과의사가 한번은 큰 대학병원의 초청을 받아 공개집도를 하게 됐다. 많은 의대생과 교수들 그리고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서도 의연한 자세를 유지해가며 난이도가 높은 심장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러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박수소리가 좀처럼 그치질 않자 의사는 이를 앙코르의 뜻으로 받아들여 방금수술이 끝나 누워있는 환자의 맹장을 단숨에 수술해 버렸다. 그러자 연이어 박수가 터져 나왔고 이에 신바람이 난 의사는 환자의 포경수술까지 해치워 버렸다고 한다.

 듣기에도 황당한 이 이야기는 물론 실제상황은 아니다. 수술의 목적은 의사의 실력을 뽐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환자의 병을 고치는데 있음을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수술이건 개혁이건 정책이건 혹은 일반인들의 사소한 행동이건 근본과 목적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전국 15개 기초단체장들이 과도한 현금복지는 결국 공멸에 이를 것이라며 무상복지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인천시의 일부 기초단체에서는 경쟁적으로 현금복지를 제공하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최근 서구의회는 의원발의로 남성 육아휴직자에게 석 달 동안 월 50만 원씩 지원하는 조례를 상임위에서 통과시켰다. 예산 1조 원 시대를 연 서구에서는 가능할 수 있겠지만 재정이 어려운 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무상경쟁의 대열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이런 상황에 대해 일부 기초자치단체장들이 문제 있음이란 의견을 낸 것이리라. 국가적으로도 국가재정이 남아 돌아간다면 모르지만 수천조(數千兆)원의 국가채무(공기업포함)가 있는 나라에서 무상복지를 외치며 마구 퍼준다면 머지않아 국가 재정은 거덜날 수도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상보육, 무상급식뿐 아니라 청년실업수당, 대학 반갑 등록금, 육아휴직수당 등 이름도 생소한 수많은 각종 무상복지로 무조건 도와주겠다는데 싫어할 사람 없을 것이다. 곳간이 텅텅 비어 가는데 인심만 쓰다가 쪽박 찰 수도 있다는 생각은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삼성그룹은 10년 후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며 다음 먹거리를 고민하고 있고 최근 국내외 기관들은 우리 대한민국의 성장률에 대한 예상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와 광역, 기초를 막론하고 인기영합의 무상시리즈를 만들어 나간다면 이는 후세에 대한 모럴해저드라고 할 수 있다. 빚으로 시행되는 각종무상복지는 적자예산과 국가채무를 증대시켜 사회의 성장 동력과 경쟁력을 악화시켜 국가신용도를 하락시키고 결국은 국가부도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복지는 헌법이 모든 국민에게 부여한 사회적 기본권이다.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복지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자립이 가능한 사람과 부자 노인들에게까지 베푸는 선심성 무상시리즈는 반드시 재고 후 폐기돼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주위 사람들의 환호성과 박수소리에 정신이 팔려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과잉 수술을 한 어느 외과 의사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도 정치인도 이성을 차리고 대한민국의 현 주소와 국가의 미래를 냉철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의사는 감기환자에게 감기약만을 내주지 않는다. 감기약 중 대부분에는 해열제가 첨가돼 있고 해열제에는 대개 위장 장애를 일으킨다고 한다. 그래서 의사는 감기약에 위장 장애를 막아주는 소화제를 첨가해 처방하고 환자 몸이 얼마나 건강한가를 판단해 감기약의 강도를 조절한다고 한다. 이와 같이 복지정책도 합리성에 바탕을 두고 냉철한 분석을 거쳐 실현돼야 한다. 당장 박수갈채와 인기에 영합해 나라를 거덜내는 정치는 하지 말아야 한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다시 한 번 호소하고 싶다.

 복지정책은 진정으로 저소득층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지속가능한 복지여야 한다. 훗날을 생각하지 않고 당장의 표를 얻기 위한 선심으로 정치적 목적을 두고 시행하는 무상시리즈는 지양돼야 한다. 갈택이어(竭澤而魚)라는 말이 있다. 훗날은 생각하지 않고 연못을 말려 물고기를 잡는다는 말이다. 오늘날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미래세대에 대해 모르쇠하며 눈을 감고 당장의 물고기를 잡기 위해 연못을 말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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