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이 한국 농업이나 식품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미미하며, 오히려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한국산 농식품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문한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연구위원이 최근 발간한 KREI 현안분석 보고서 ‘미·중 무역전쟁 현황과 국내 농식품 분야 파급 영향’을 보면 우리나라 농식품은 제조업과 달리 중국에 원자재나 부품을 제공하는 형태의 밸류 체인이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분석됐다.

미·중 무역전쟁 이후 미국은 중국의 대미 수출품목의 72%에 해당하는 농식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했다. 중국도 대두 등 미국의 대중 농식품 수출품목에 대해 5∼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보복에 나섰다.

문 연구위원은 "미국산 원료를 수입해 가공한 뒤 중국으로 수출하는 형태의 가공무역을 하는 국내 식품기업의 경우 원료가격 하락이나 중국 시장에서 미국산과 비교해 가격경쟁력을 갖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며,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예상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의 수입이 줄면서 가격이 내려간 미국산 대두 수입을 늘려 왔다. 국제가격 하락세가 유지될 경우 대두를 활용한 식품 가격이 내려가고 관련 가공식품 수출이 늘어나며, 돼지 사료비용 인하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중 FTA에서 농식품에 대한 원산지 기준을 충족할 경우 해당 품목의 대미 또는 대중 수출이 확대될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연구위원은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장기화한다면 미국 시장에서 일부 농식품의 경우 한국산이 중국산을 대체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문 연구위원은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가공식품을 주로 수입하는데, 중국산 농식품의 관세가 인상되면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과 비교해 한국 농식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학 기자 kj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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