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선수 전원이 훈련 중 발생한 동성 선수 간 성희롱 사건으로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쫓겨난다.

25일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남자 선수 A는 지난 17일 선수촌에서 진행된 암벽등반 훈련 도중 남자 후배 B의 바지를 벗겼다. 여자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던 상황에서 심한 모멸감을 느낀 B는 A에게 성희롱 당했다며 감독에게 알렸고, 감독은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보고했다. A와 B는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이다.

신치용 선수촌장은 24일 쇼트트랙 대표팀의 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A·B를 포함해 남자 8명, 여자 8명 등 대표 선수 16명 전원을 한 달간(6월 25일~7월 24일) 선수촌에서 쫓아내기로 결정했다. 성희롱 피해자인 B가 사건 후 격리 조처돼 먼저 일시 퇴촌한 터라 실제 쫓겨난 인원은 15명이다. 4월부터 선수촌에서 훈련하던 선수들은 소속팀에서 훈련을 이어갈 참이다.

조재범 전 코치의 심석희 성폭행 파문으로 체육계와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쇼트트랙 대표팀은 또 한 번 한국 엘리트 스포츠에 먹칠을 했다. 체육계 성폭행·폭행 관행을 뿌리 뽑자고 하는 시점에 온갖 병폐의 온상으로 지목돼 온 쇼트트랙이 또 사고를 치자 강도 높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쇼트트랙은 파벌, 짬짜미, 지도자의 선수 폭행도 모자라 성폭행·성희롱으로 갖가지 적폐를 노출해 동계올림픽 효자 종목이라는 위상을 잃고 체육계와 국민의 눈 밖에 난 지 오래됐다. 특히 조재범 전 코치의 성폭행 사건은 자정 능력을 상실한 체육계에 더는 사태 해결을 맡길 수 없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준거가 됐다.

쇼트트랙 남자팀 김건우는 지난 2월 진천선수촌에서 남자 선수들이 출입할 수 없는 여자 숙소를 무단으로 드나들었다가 적발돼 문제를 일으킨 바 있고, 출입을 도운 여자팀 김예진과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김건우는 고작 출전정지 1개월, 김예진은 견책 처분에 그쳤다. 두 선수는 차기 시즌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 자격도 유지했다. 사실상 징계의 의미가 없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리위원회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7월 열리는 차기 관리위원회에서 징계심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또한 대한체육회 권고에 따라 강화훈련 복귀 전 대표팀 선수들의 인성교육과 인권교육, 성 관련 예방 교육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전 사태와 같이 이번 남자 선수 간 성희롱 사건도 과거와 달라진 성(性) 민감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심한 장난’ 정도로만 여기다가 비난을 자초했다는 게 체육계의 판단이다. 자신이 몸담은 종목과 조직이 체육계와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한 선수들의 철없는 행동이 일을 더 키웠다. 한 체육인은 "남자 선수의 여자 숙소 무단 출입, 이번 성희롱 사건에서 보듯 쇼트트랙은 통제가 되지 않는 종목"이라고 혀를 찼다. 선의의 피해를 막고자 쇼트트랙 종목에 특단의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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