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시민단체의 물밑 갈등이 시민사회 중간 지원 조직인 NPO지원센터 설립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단체마다 미묘한 입장 차는 결국 센터 위탁을 둘러싼 자리 다툼으로 비춰지고 있다.

25일 인천시에 따르면 NPO지원센터 설립에 관한 모든 일정이 8월 이후로 연기됐다. 시는 지난 4월 2019년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을 확정하며 NPO지원센터 신설계획을 발표했다. 처음 구상대로라면 상반기 토론회와 집담회 등을 마치고 하반기에 본격 설립 준비에 들어가야 하지만 논의 초기 단계부터 제동이 걸렸다.

민관협치 준비 태스크포스에 참여하는 A단체는 8월까지 시간을 두자고 제안했다. 센터 설립과 운영에 대해 시민단체들의 입장 차로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4월 5차 TF회의 이후 단체의 의견을 모으는 노력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 안팎에서는 그 이면에 센터 위탁 문제가 얽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누가 위탁을 맡을지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의 비영리민간단체 지원사업 규모는 올해 9억8천600만 원에 달한다. 특정 단체가 센터 위탁을 맡을 경우 가용 사업과 예산 규모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센터 인력도 6명 이상이 될 것으로 알려져 단체들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기는 사업이다.

그동안 NPO지원센터의 설립 논의를 이끌어 온 주체는 A단체와 B단체가 대표적이다. 이 두 단체는 지난해 센터 설립의 필요성을 주제로 집담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민선7기 들어 B단체 측 인사가 센터 설립 업무를 맡으면서 B단체가 센터를 위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졌다. 현재 A단체는 시민단체들이 제3의 법인을 설립해 이사장직을 돌아가며 맡고 상근자도 별도로 뽑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A단체 관계자는 "센터 설립에 대해 큰 틀에서는 대부분 찬성하고 있지만 각론에서는 이견이 많이 나올 수 있다"며 "아직까지 설립 추진 과정이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하나도 되지 않은 상태여서 차분히 토론하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복수의 시민단체들은 누가 위탁을 맡을지 정리되지 않으면 센터 설립은 진전이 더딜 것으로 본다. 시민 공익활동 지원조례 제정부터 TF에 막혀 추진이 쉽지 않다.

시 내부에서는 시민사회 역량을 키우기 위한 센터 설립이 위탁 문제로 속도감을 잃은 상황을 답답해하는 분위기다. 센터설립이 늦어질 경우 시 부서 내 센터 역할을 하는 조직을 별도로 만들어 예산을 확보하는 대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특·광역시 중 비영리민간단체 중간 지원 조직이 없는 곳은 인천과 울산이 유일하다.

시 관계자는 "NPO지원센터는 TF에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와 잠시 보류 중인 상태다"라며 "시민사회에서 이야기가 있으면 하반기 중 토론회나 집담회를 열고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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