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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인류 외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2019년 06월 27일 목요일 제13면

치킨인류
이욱정 / 마음산책 / 1만6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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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의 시작은 몇 가지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왜 인류는 닭이라는 새를 이토록 많이 키우고 많이 먹게 됐을까. 세상에는 얼마나 다양한 닭 요리가 존재할까. 요리하는 인류에게 닭고기라는 식재료는 어떤 가능성을 지닌 것일까. 문화권별로 사람들은 닭을 어떤 동물로 생각할까.

 전 지구적 차원의 치킨 열풍을 파헤치기 위한 탐사 작업은 세 가지 차원으로 짰다. 첫 번째는 동물로서의 닭에 대한 이야기다. 어떻게 닭이라는 야생의 새가 인류의 최대 가축이 됐고,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었는가에 대해 탐구해 보는 시도다. 두 번째 차원은 식재료로서의 닭고기와 인류의 다채로운 닭 요리법에 대한 접근이다. 특히 프라이드치킨이라는 특정한 조리법이 어떻게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게 됐나를 추적해 본다. 마지막 차원의 탐색은 동물로서의 닭, 요리 대상으로서의 닭고기가 지니고 있는 상징성과 의미체계에 대해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 보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치킨 사랑은 유별하지만 1인당 닭고기 소비 국제 통계를 보면 놀랍다. 한국은 세계랭킹 20위 안에도 들지 못한다고 한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는 약 1억t의 닭고기와 약 1조 개의 달걀이 소비되고 있고, 지구상의 모든 고양이·개·돼지·암소를 합친다 해도 닭의 숫자에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날 인류는 소·돼지·양 등 어떤 육류보다 닭고기를 폭발적으로 소비하고 있고 그 추세는 가속화하고 있다. 가히 ‘지구의 단백질’이라 할 닭고기 열풍 현상, 대체 치킨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일까.

 저자는 자칭 ‘닭고기 마니아’로서 이토록 인류에게 친근한 닭의 조상을 파헤치는 것부터 치킨 대장정에 나선다. 1부 ‘닭의 조상을 찾아서’에서는 공룡의 후손이자 닭의 조상이라 부를 만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에뮤와 동남아시아의 야생 들닭을 추적함으로써 어떻게 닭이라는 야생의 새가 인류의 최대 가축이 됐고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었는가 그 근원을 탐구한다.

 2부 ‘닭을 보면 문화가 보인다’에서는 식재료로서의 닭고기와 세계의 다채로운 닭 요리법을 통해 인류의 역사와 문화와 삶을 면면히 살핀다. 3부 ‘지금 이곳의 닭을 말하다’를 통해서는 일본의 야키토리부터 한국의 백숙, 미국 뉴욕의 한국식 치킨 바람까지 좀 더 우리와 밀접한 요리 대상으로서의 닭고기를 살피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식문화의 윤리를 되새긴다.

 이 책을 통해 치킨을 따라 누빈 그 길을 가로지르다 보면 인류가 근원적으로 마주하고 현재 가장 생각해 봐야 할 음식의 윤리 또한 조금은 명징해질 것으로 보인다.

딱 하루만 평범했으면
태원준 / 북로그컴퍼니 / 1만6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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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시작은 미얀마. 태국에서 9시간 야간버스를 타고 새벽에 국경 도착, 거구의 남자 셋과 택시 뒷좌석에 엉덩이 반쪽만 걸치고 4시간 반을 달린 고난의 합승, 길거리에서 펑크 난 타이어 땜질하기, 폭우 뚫고 시내까지 10㎞ 행군, 숙소 10군데에서 퇴짜 맞고 겨우 얻은 방에는 바퀴벌레가. 진짜 여행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화끈한 신고식 이후에도 일은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다.

버스에서 자다 난데없는 폭발음에 순간 죽음의 공포를 맛보고, 바간에서는 열기구 투어에 세 번 도전하고도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야 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곡테익 철교’를 보려고 아침 7시에 일어나 종일 기다렸지만 기차는 뻔뻔하게도 8시간 반이나 연착, 정작 철교를 지날 때는 어두워서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뺨을 때렸으면 어루만져 주는 손길도 있기 마련이니 사람 냄새 가득한 양곤 순환 열차와 황금빛 쉐다곤 파고다의 위용은 이 모든 고난을 한 방에 씻어 주고도 남을 만큼 큰 선물을 선사한다. 하루도 평범할 수 없었던 34편의 ‘여행 수다’가 지금 시작된다.

잊혀진 전쟁의 기억
정연선 / 문예출판사 /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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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국 소설로 읽는 한국전쟁이다. 한국전에 관한 미국인들의 기억을 주로 역사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다. 또 한국전 소설이 미국 전쟁소설의 전통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미국 전쟁소설의 전통적인 주제와 토픽이 한국전 소설 속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고찰한다. 여기에 한국전에 대한 미국의 문학적 반응을 친전과 반전이라는 범주로 묶어 분석하고, 한국전 특유의 주제인 피란민과 포로 문제를 다루는 소설에 주목한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이 쓴 소설들도 분석하는데, 전쟁을 직접 경험한 이민 1세대부터 전쟁을 간접경험한 2세대 작가들의 소설이 주로 다뤄지고 있다. 1세대 작가로 김은국·박태영·최숙렬, 2세대 작가로 수산최·이창래 등의 작품을 다룬다. 이들은 모두 전쟁이 끝난 후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로 분단과 전쟁, 이산으로 인한 트라우마와 속죄, 그리고 새로운 국가에서 정체성을 추구해 나가는 과정에서 겪는 좌절과 희망을 소설에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1950년대를 회고하면서 오늘날 미국 사회의 거울로서 당시 한국전쟁을 돌아보려는 토니 모리슨, 필립 로스, 제인 앤 필립스 같은 기성작가들의 소설들을 다룬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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