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서구 당하동의 한 카페가 입구에 생수를 쌓아 놓고 모든 제품에 생수를 사용하고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왼쪽). 한 분식점은 붉은 수돗물 사태로 임시 휴업 중이다.
▲ 인천시 서구 당하동의 한 카페가 입구에 생수를 쌓아 놓고 모든 제품에 생수를 사용하고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왼쪽). 한 분식점은 붉은 수돗물 사태로 임시 휴업 중이다.
26일 낮 12시께 인천시 서구 당하동의 한 분식점. 한창 점심 장사로 분주할 시간이지만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가게 유리문에는 ‘상수도로 인하여 당분간 쉽니다’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바로 맞은편에 자리한 한 카페는 입구에 2L 생수 묶음을 높게 쌓고 영업하고 있었다. 카페 창문에는 ‘전 제품 생수를 사용합니다’, ‘최근 필터를 교환했습니다’ 등이 적힌 안내문 여러 개가 붙어 있었다.

적수(붉은 수돗물) 민원이 잦아드는 추세지만 아직 불안을 느끼는 주민들이 많아 당분간은 계속 생수를 사용해야 한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상인들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적수 사태 피해 보상이다. 시는 주민들에게 생수 구입비 등 보상 계획을 발표했지만 소상공인은 실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신 시는 상인들에게 총 100억 원 규모의 융자특례보증을 지원한다. 업소당 최대 2천만 원 한도로 현재 금리인 연 1%보다 저렴한 0.7%로 융자를 제공한다.

하지만 피해 지역 상인들은 시가 책임을 축소하려 든다며 분개한다. 상인들은 생수 지원도 받지 못하는데 추후 피해 보상에서도 빠진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심곡동에서 국숫집을 운영하는 A씨는 "요즘 생수나 필터로 거른 물을 일일이 받느라 장사 준비가 힘들고, 저녁은 손님이 뚝 끊겨 평소보다 매출이 40%가량 떨어졌다"며 "실비 지원이 어렵다면 수도요금 면제 기간을 더 늘려 주는 등 체감할 수 있는 보상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하동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B씨는 "적수 사태가 터지고 200만 원가량의 대량 주문이 취소됐는데, 이런 피해는 증빙할 서류도 없으니 그저 답답한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상인들의 피해 사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있다. 당하동의 한 헬스장은 6월 초부터 휴업 중이다. 인근 상인은 헬스장이 적수 사태로 샤워시설을 사용하지 못해 영업에 차질이 생기자 아예 문을 닫았다고 귀띔했다. 한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은 일 매출이 반토막 나자 본사에서 직원이 파견 나와 조사하기도 했다. 수돗물을 사용해 빵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항의도 들어와 반죽은 타 지역 공장에서 만든다는 안내문을 부착했다.

적수 사태 장기화로 정신적·신체적 피로감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많다. 연희동의 빌라 주민은 생수가 부족해 이웃 간 얼굴을 붉히는 일도 심심치 않다고 말한다. 배달 주문으로 문 앞에 둔 생수 한 꾸러미를 누군가 몰래 가져가 의심이 다툼으로 번진 것이다.

한편, 환경부 수돗물 안심지원단은 26일 총 37개소에 대해 3차 수질검사 분석 결과, 저수조를 운영하는 수용가 3곳(심곡도서관, 원당동 행정복지센터, 롯데마트 검단점)에서 염소잔류량이 먹는 물 수질기준(0.1㎎/L)에 미달됐으나 세균항목을 추가 분석하고 있다고 시에 통보했다.

장원석 기자 stone@kihoilbo.co.kr

김유리 기자 ky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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