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 규모의 기초단체를 이끌고 있는 염태영 수원시장이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에 당선됐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전국 226명의 민선 시장·군수·구청장이 지방의 공동문제를 협의하고 지방 의견을 대변하기 위해 1999년 설립됐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와 함께 광역·기초지방정부와 의회를 대표하는 4대 협의체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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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태영 수원시장이 고용노동부 고용아카데미 강연에서 지방정부와 연계한 일자리정책 추진에 대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그의 임기는 2020년 6월까지다.

 염 시장이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으로 뽑힌 데는 그동안 지방정부 권한을 확대하기 위해 쏟았던 노력이 크게 반영됐다는 평가다.

 그는 2010년 6월 민선5기 초선 시장으로 당선돼 2014년 재선, 2018년 수원시 최초 3선 시장에 선출됐다. 초선 당시 풀뿌리 민주주의에 근간을 둔 마을만들기 사업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할 정도로 염 시장에게 지방자치는 기초단체장으로서 가장 큰 소명이자 책무였다.

 염 시장이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에 오르면서 그가 임기 동안 지방정부 권한 강화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 것인지에 외부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염 시장은 27일 협의회장 당선된 후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을 향한 기대감에 대해 "현재 대한민국 자치분권은 위기에 처해 있고, 지방이 중심이 되는 나라로 나아가려는 동력도 약해지고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협의회 회장단도 자치분권 실현이 지지부진하다는 데 공감대를 가지면서 이를 가속화하라는 뜻에서 저를 협의회장으로 뽑아준 것 같다"고 말했다.

 염 시장은 중앙정부에 쏠린 권한으로 인해 기초단체가 각종 정책과 재정을 시행할 때 겪는 여러 행·재정적 한계를 개선하는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에게 일명 ‘자치분권 전도사’라는 꼬리표가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쟁점과 사안이 생길 때마다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강연과 기자회견, 천막농성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지방자치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최선봉에 서고 있다.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도 초청을 받아 ‘고용아카데미’ 강사로 나섰다. 염 시장은 이 자리에서 나영돈 고용정책실장을 비롯한 노동부 직원 100여 명을 대상으로 ‘지역 주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중앙정부 역할’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그가 이렇게 자치분권 운동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심각한 양극화와 사회갈등, 지방소멸 우려, 고용위기 등 우리나라가 직면한 현실을 자치분권 강화를 통해 풀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염 시장은 "중앙과 지방정부의 차별화된 협력과 정책을 모색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음에도 중앙부처는 중앙집권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시군구의 자율권 강화를 바탕으로 국가 발전의 기초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과정에서 세계화·지방화시대에 걸맞게 중앙·지방정부의 관계 정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염 시장은 "재정과 권한이 중앙에 집중돼 있는 불공정한 구조 속에서 지방정부는 ‘을(乙)’의 입장에서 ‘갑(甲)’인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앙정부와 광역단체의 불합리한 사무 배분과 정치권의 선심성 복지사업 입법으로 지방정부는 책임만 고스란히 떠안으면서 재정이 크게 휘청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의 개선 필요성을 느낀 염 시장은 2016년 정부의 지방재정 개혁으로 수원·성남·화성 등 도내 6개 기초단체 예산이 대폭 삭감될 처지에 놓였을 때 해당 단체장들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 부당성을 알리기 위한 전국 투어도 실시했다.

 염 시장은 다음 달 1일부터 자신의 임기가 시작되면 자치분권으로 지역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가 발전의 기반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기틀을 닦아 놓으려고 한다.

 이를 위해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통과다. 지난 3월 국회에 발의된 법안이 수개월째 국회 파행 운영으로 잠들어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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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태영 수원시장
 염 시장은 "3월 발의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에서 꽉 막혀 있다"며 "국회는 언제까지 지방자치 관련 개혁 법안을 외면하고 방치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이어 "제20대 국회가 끝나기 전까지 포기하지 않고 전국 226개 기초단체와 연대·협력을 통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 실질적인 지방분권국가로 나아가는 징검다리를 만들겠다"고 추진의지를 드러냈다.

 또 "중앙권한의 감축과 이양, 지방재정의 획기적 개선, 국세·지방세,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난해 제기됐던 지방분권형 개헌의 불씨도 되살리겠다"며 "기초단체의 애로사항을 취합하고 이를 단순히 중앙정부에 전달하는 데 머물지 않고 자치분권을 선도하는 역할을 맡겠다. 중앙정부가 기초단체를 분권 정책 수립 파트너로 인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차원에서 협의회 조직 개편도 구상하고 있다.

 염 시장은 "지금까지 기초단체가 제대로 힘을 모아서 정부에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 같다. 정부에 지방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겠다"며 "이러한 연장선으로 협의회 사무처도 보강하려고 한다. 정책실과 홍보실을 신설하고 사무처 위상도 강화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염 시장은 "중요한 시기에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으로 일할 기회가 주어졌다"며 "이제 자치분권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이다. 자치분권의 실질적 확대와 풀뿌리 민주주의를 확산시키는 데 이바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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