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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전오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 오오…" 어린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김동명의 시 앞부분이다. 물이 가득찬 호수에서 작은 배가 떠가는 모습은 우리에게 넉넉하고 풍요로우며 낭만적인 정서를 전해준다. 시인뿐 아니라 농부들의 입장에서도 호수에 물이 넉넉하면 한 해 농사를 시작함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가뭄에 쪼들린 호수는 바닥을 드러내고 물고기는 말라죽는 모습을 연출하니 물이 넉넉한 호수를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호수엔 물이 가득 차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고정관념은 대부분의 경우 맞는 말이지만 언제나 정답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인천 바닷가 갯벌에서 철새들을 보면서, 새들의 생태 특성을 배우면서 알게 된 것은 갯벌에 사는 수많은 종류의 새들은 그들의 생물학적인 특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좀도요와 같이 덩치가 작고 다리가 짧은 새들은 물이 들어차고 있는 갯벌 상단에서 뛰어다니듯 분주히 먹이를 구하고는 물이 가득 차기도 전에 갯벌을 떠나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러나 마도요와 같이 다리가 긴 새들은 물이 들어차는 갯벌에서 마지막까지 남아 있다가 여유 있게 자리를 뜬다.

 호숫가에서도 다리가 긴 청다리도요는 상대적으로 여유 있게 호숫가를 다니며 먹이를 찾지만 물이 깊어지면 그곳에 머물지 못한다. 물고기들도 덩치가 작은 물고기들은 얕은 물쪽에 많이 모이고 덩치가 큰 물고기들은 깊은 물에서 주로 활동하니 호수 가장자리 경사가 급하고 물이 깊으면 새들이나 물고기들 중 덩치가 큰 종류에게 유리하게 돼 생물종 다양성에는 불리한 결과를 만들게 된다. 즉, 물리적인 공간의 다양성이 생물종 다양성에 영향을 기본적으로 미치는 것이다.

 인천 내륙부에 있는 호수는 호수라기보다 하천의 하류인 경우가 많다.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둑과 수문을 만들고 물을 가둬 호수가 된 곳이다. 검단천, 공촌천, 심곡천, 용현천, 승기천 등이 그러하다.

 인천의 도시발달 과정에서 갯벌을 매립하거나 간척해 육지를 만들고 바닷가로 둑을 쌓아 도시를 보호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새들과 물고기들의 서식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하천 하류의 수문을 열어 수위를 낮추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조수간만의 차가 10m 이상 나고 만조와 간조, 사리와 조금 등 바다의 환경은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 거기에 더해 지구적인 기상이변으로 태풍과 홍수 등이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데 무턱대고 수문을 열라고 하면 수문을 관리하는 입장에 있는 분들은 얼마나 곤혹스러울까! 그래서인지 하천 하류는 넓은 호수가 됐고 호수 물은 깊어지고 있다. 넓은 호수에 고인 물은 고요하지만 물색은 점점 더 탁해지고 있다.

 또한, 수문을 열면 수위가 낮아지고 해수가 들락날락하게 되면 덩치 크고 민물에 사는 물고기를 비롯해 현재 잘 살고 있는 동·식물 종의 피해는 어떻게 할지, 담수가 갯벌로 나갔을 때 갯벌 생태계에는 또 어떤 영향을 줄지 알지 못하는 상태이다.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이 전개되면서 시간은 계속 가고 하천의 생물종 다양성은 떨어지고 있다.

 다리가 짧은 새와 다리가 긴 새가 함께 살아가려면 호수 가장자리는 갯벌처럼 완만하고 넓으면 좋다. 호수 물은 너무 깊지 않게 주기적으로 일정 수위만큼 물을 빼서 수위를 낮추면 좋겠다. 물고기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바다에서 강으로 이동하는 물고기들의 생태에 따라 수문을 열면 좋겠고, 안전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안전하게 수문을 열고 닫으면 좋겠다. 그래서 인천에 있는 하천에 더 많은 새들과 물고기들이 살게 되고 인천시민들이 자연을 더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으로 하천이 활용되면 좋겠다.

 그러하기 위해서는 만나야 한다. 관계전문가와 실무자들이 만나서 토론하고 연구해서 대안을 찾아보면 좋겠다.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겠지만 아름다운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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