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화물 트럭이 이렇게 많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최근 서울에서 인천 중구로 발령받아 내려온 공공기관 관계자가 밥을 먹다가 한 말이다. 새로운 택지가 된 매립지 위에서 수십 년째 벌어지는 아파트 건설 공사에다가 공항·항만으로 하역된 화물운송을 맡는 트럭들까지, 인천은 그야말로 물류도시다. 신·구도심 할 것이 없이 하루 수만 대의 화물차들이 일상처럼 도로 위를 달린다. 특히 인천항 일대 중·동구는 하역 작업 중에 발생되는 각종 분진과 악취로 시름하고 있고 화물차들이 내뿜는 매연과 소음, 진동이 더해져 최악의 정주 여건을 보이고 있다. 그 대표적 피해 사례가 1천600여 가구의 인천 항운·연안아파트 단지다. 사방이 하역장과 물류단지로 둘러싸인 이 아파트 단지는 극심한 환경피해로 이전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돈 문제로 13년째 이주 계획만 검토되는 실정이다. 놀랍게도 유사한 도시계획 상의 실정이 멀지 않은 곳에서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2만여 가구가 계획된 송도국제도시 8공구가 그곳이다. 이 아파트 단지에서 직선거리로 780m 떨어진 송도 9공구에는 대형 화물차 주차장이 건립될 예정이다. 더 나아가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빼곡히 들어찬 8공구 주거권역 전체가 9공구 물류단지의 영향권에 있다.

 인천시는 9공구 물류단지 조성사업은 2006년 정부(해양수산부)가 지정해 추진하는 국책사업으로 그 안에 계획된 화물주차장도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라며 귀책사유가 없음을 최근 분명히 했다. 정부 사업에 시가 관여할 방법은 없으니 8·9공구 경계면에 있는 완충녹지 조성과 매연·소음 저감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과연 ‘물류단지 옆 대단위 아파트 조성’은 누구의 작품일까. 송도 9공구가 물류단지로 지정될 당시인 2006년께 나온 송도 8공구 개발 계획을 보면 단서가 있다. 당시만 해도 9공구 방향 8공구 북단은 공원·녹지와 상업시설로 계획됐었고 1개 블록의 주상복합용지만 9공구와 연접해 있다. 당시 시는 송도랜드마크시티로 이 공구를 명명하면서 주택공급 위주의 개발을 탈피해 친환경 저밀도 주택건설 정도만 계획했다. 물류단지 옆 2만 가구 조성은 시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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