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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전화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상대방의 얼굴을 보지 못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는 만나서 이야기를 하자고 한다. 만남의 중요함은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며 상대의 안색을 보고 이야기의 진위는 물론 의중을 가늠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의 마지막 날 우리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의 느닷없는 트위터에 북한의 김정은이 DMZ에 나오는 모습을 목격했다. 일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 중에 DMZ에서 만나 악수하며 인사하고 싶다는 트럼프의 트위터에 움직인 것이다. 오늘날 세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인 북한에서 자본주의의 의사소통 수단인 트위터에 반응했다는 사실, 북한의 외무성이 흥미로운 제안이라며 공식적 제안이 필요함을 언지했다는 사실, 그리고 다음 날 바로 김정은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하며 당신의 제안에 깜짝 놀랐다는 사실을 언급했다는 일련의 이야기들이 믿어지기 힘들 만큼 현실감이 없었다.

 20개 나라 정상들이 모이는 G20의 회담과 그 결과에 주목될 세계의 눈들이 모두 남한과 북한을 가르는 38선에 쏠렸다. 모두가 설마 했지만 김정은이 나왔고 트럼프는 남한과 북한의 경계를 넘어 북한 땅을 밟았고 김정은과 함께 걸어 나왔다. 의미를 부여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이 장면 앞에서 정전 이후 66년 만의 역사적 사건이며 남한과 북한의 종전의 현장이라 떠벌인다. 그러나 김정은은 나오고 싶지 않은 자리였을 것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빅딜의 비핵화는 씨도 안 먹힐 이야기이고 지난번 결렬된 베트남의 하노이까지 열차여행의 뒤끝으로 상당히 상처를 받은 상태다. 그러나 날로 조여오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숨이 막혔다. 기대했던 중국의 시진핑도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힘을 실어주지 못했고 남한도 국제 제재 앞에서 편을 들어주지 못하는 상황에 국제금융체제의 접근까지 차단되니 당면한 북한의 상황과 주변의 성화에 마지못한 발걸음이었을 것이다. 오롯이 트럼프 대통령이 펼친 무대에 기쁨조로 동원됐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으로 마주 앉아 이야기를 했다고 하지만 과연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을까. 사상 최초로 북한 땅을 밟은 미국 대통령이라고 하지만 북한의 입장에서는 자랑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김정은은 당면한 국제 제재를 풀고 싶을 뿐이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곧 있을 대통령선거에 유리한 입지를 만들고 싶을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쏘지 않았고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며 자신이 대통령이 된 후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험이 사라졌다는 말을 했다.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를 자랑스럽게 말하며 인정받고 싶어하는 모습이었다. 이 사이에 우리나라는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3자로 빠져 다른 방에서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렸고 마지막에 합류했다.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는 자리에 북한과 미국 국기만 있었고 우리나라의 국기는 없었다. 우리나라의 국가 안위가 달린 문제이고 우리 땅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구경만 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북한은 분명 탄도미사일을 동해로 쏘아 올렸다. 명백한 국제 제재 위반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자신의 입지를 위해 이를 눈감아 주고 있다.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미국까지 날아가지 못하지만 우리나라 전역이 사정권이다. 언제라도 단 한방에 핵이나 생화학탄도가 달린 미사일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적절한 방어를 펼쳐보기도 전에 한방에 날아갈 수 있는 마당에 제3자 마냥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있는가. 이번 깜짝쇼로 인해서 북한은 미국의 정상과 깜짝 만남을 가질 수 있는 국가로 세계에 공인을 받았다. 그와 동시에 핵을 보유한 국가이며 가장 핫한 눈길을 받고 있음도 함께 알려졌다.

 반면 우리나라는 남북의 대치상황이고 정전상황에서 국가 안위가 달린 문제를 제3자의 손에 쥐어준 나라가 돼 버렸다. 최근 북한의 어선으로 불리는 배 한 척이 동해를 휘젓고 다니다 항구에 입항까지 했는데도 이를 발견하지 못할 만큼 우리의 군대는 해이해졌다. DMZ 방문에는 군복을 입었던 그동안의 모습도 사라지고 양복차림의 미국 대통령이 남과 북을 오가는 모습을 보며 처분만 기다리는 양자의 입장이 씁쓸하다.

 우리의 안보는 우리가 지켜야 함에도 우리는 종전 이후 우리 국토방위를 동맹국인 미국에 너무 많이 의존했다. 북한이 수십 년 핵무기에 집중해 완성을 선언할 동안 무엇을 했는가.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여전히 나약하게 미국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그들은 방위비 청구서를 내밀고 있고 우리는 이에 응하지 않으면 불안을 안아야 한다. 세상이 변하는 동안 우리는 너무 게으름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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