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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종현 국민대 겸임교수
# 환관의 유래 

십상시는 중국 한나라를 멸망으로 이끈 영제(AD 157~189)때 발호한 환관들을 지칭하는데 환관은 기본적으로 목축 활동을 주로 하는 기마민족인 흉노의 동물 거세에서 유래한 기술로 한국과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궁궐의 행정을 담당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반면 흉노계의 문화적 영향이 비교적 적어 전통적으로 육고기를 전혀 섭취하지 않은 일본에는 환관이란 문화 자체가 없는 것 역시 흥미로운 반전이다. 환관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조고(趙高 ? ~ BC 207)로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를 건설한 진시황(BC 259~ BC 210)의 순행 중 급사하자 수행하던 환관 조고는 진시황의 유서를 호해왕자와 조작해 진시황이 후계자로 지명한 큰 아들 부소를 자결케 하고 호해왕자를 2세 황제로 임명해 진나라를 파국으로 이끈 장본인이다.

 조고는 2세 황제 호해를 손아귀에 넣고 그와 논쟁 중 신하들 앞에서 사슴을 말이라고 지칭했는데 신하들은 조고의 보복이 두려워 아무도 황제 앞에서 말이라고 반박하지 않은 사건에서 유래한 지록위마(指鹿爲馬)는 환관의 발호를 상징하는 단어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문화적 특성상 언어 습관에서 욕은 거의 발달하지 않은 일본에서 상대방을 모욕하는 가장 심한 단어 중 하나가 ‘빠가야로(馬鹿野郞)’ 인데 이는 권력에 눈이 멀어 사슴과 말도 구별 못하는 촌놈이라는 의미로 진나라 조고의 고사에서 유래한다.

 # 후한과 명나라의 십상시

 십상시는 후한말 발호한 10명의 내시를 지칭하는데 진나라에 이어 한나라(BC 206~ AD 220) 역시 환관의 발호로 멸망한다. 몽고족의 원나라 치하에서 한족의 국가를 세운 명나라(1368~1644)는 당초 주원장이 남경을 도읍으로 개국했다. 명태조 주원장은 큰 아들을 황태자로 임명했으나, 즉위전 병사하고 어린 아들이 2대 황제로 즉위하자 야심이 큰 지금의 북경지역을 통치하던 연왕(燕王)이던 영락제(1402 ~1424 재위)는 조카를 제거하고 3대 황제에 올라 명나라의 기틀을 다진 명태종으로 추앙받고 있다. 조카로부터 권력을 찬탈한 영락제는 늘 정통성 콤플렉스에 시달렸고 그 과정에서 정권 찬탈에 적극 협력한 환관 조직은 영락제의 핵심세력으로 부상했고 우리가 잘 아는 대항해가 정화(1371 ~ 1433) 역시 환관으로 영락제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영락제는 정권 찬탈 초기 남경의 대명궁에 거주했으나 늘 아버지와 죽은 형의 원혼에 시달리면서 어쩔 수 없이 도읍을 자신이 연왕으로 거주하던 북경으로 황궁을 옮겨 오늘날까지 중국의 수도로 발전하는 계기를 제공했으나, 여기서 환관의 발호는 더욱 극심해져 임진왜란 때 조선에 원병을 파병한 만력제(1572~1620 재위)는 정사를 아예 환관에게 맡기고 본인은 은거 생활을 하는 등 문화적으로는 심각한 침체기를 겪게 된다. 명나라는 결국 만주족의 누루하치(1616~1626 재위)가 세운 청나라에게 멸망하는데 누루하치는 만리장성의 산해관에서 약 100㎞ 떨어진 영원성 전투에서 명나라 장수 원숭환(1584 ~ 1630)과의 싸움에서 지고 여기서 숨진다. 그러나 명나라의 마지막 장군 원숭환은 체질적으로 정권을 장악한 환관을 매우 싫어했는데 결국 환관의 모략으로 처형되고 명나라 역시 청나라에게 멸망하게 된다.

# 환관의 행동특성

 환관은 지금은 위생적 방법으로 성기 절제가 가능하나, 당시는 약 30% 정도가 환관이 되기 위한 성기절제 과정에서 위생불량으로 죽는 경우가 허다했고 추후 황궁에 들어가 황제 시중을 드는 경우에도 가족이 자신을 팔아 넘겼다는 극심한 배신감을 갖는 경우가 많아 최우선 가치로 신의를 지키는 것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는 국가의 안위조차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행태가 허다하다. 중국 진·한·명나라 등 많은 나라가 환관의 권력 남용으로 멸망한 것은 역사에서 보듯이 정권 쟁취 과정에서 정통성 부족을 느끼는 황제의 비호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한국은 아시아권에서 손꼽히는 민주주의 방식에 의한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체제를 운영하고 있으나, 한국 역사에 아직 명예롭게 은퇴한 대통령은 찾아 보기 어렵고 정권 말기에는 대부분 측근 중심의 회전문 인사로 국정의 요직을 임명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결국 정권의 위기로 되돌아 오는 경험을 반복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고공행진하던 문재인 정부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정부의 인사가 전문성과는 무관하게 선거캠프 출신끼리 나눠 먹기로 채워진다는 비판에 현 정부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측근 중심의 인사로 채워질 경우 리더의 약점을 공유하는 측근들이 개인의 사익을 위해 국가의 안위를 위태롭게 만드는 경우는 우리가 너무나 많이 경험했다. 최근의 회전문 인사를 보면서 스스로에게 반문하는데 우리는 권력에 눈이 어두워 말과 사슴을 정확히 분간 못하는 촌놈이 돼서는 안 된다는 쓸데없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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