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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 년 세월 담긴 국물 맛에 무더위‘훌훌’

강화군 ‘대풍식당’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2019년 07월 05일 금요일 제15면

북한과 맞닿아 있는 인천시 강화군 교동면에는 피란민들의 애환이 담긴 ‘대룡시장’이 있다. 한국전쟁 당시 황해도에서 넘어왔던 피란민들이 휴전되는 바람에 귀향하지 못하고 머무르다 만든 시장이다.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 시장은 지금도 그 자리에서 누군가에게는 그리운 이를,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그런 대룡시장 옆을 50여 년간 지킨 ‘대풍식당’ 역시 누군가의 오래된 기억 한편에 자리잡고 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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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권 대풍식당 사장이 옛 메뉴판을 보여주고 있다.
# 대룡리의 전성기를 함께 한 식당

 대풍식당의 시작은 1960년대 후반 문을 연 ‘대풍옥’이다. 황해도 연백 출신의 실향민이었던 고(故) 송순녀(1925~2014)사장이 창업했다. 식당 이름은 ‘손님들이 바람처럼 밀려들어 오라’는 의미로 ‘대풍(大風)’이라 지었다.

 송 사장은 당시 대룡시장 인근에 있던 주택을 30여만 원에 사들여 식당으로 꾸몄다. 주택이라 식당으로 쓰기엔 생소한 구조였지만 바닥의 구들장을 들어내고 벽에 창문을 새로 내는 등 매년 조금씩 개조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식당에 들어서면 특이한 구조가 눈에 들어온다.


 대풍옥은 초창기 짜장면과 짬뽕, 볶음밥 등 세 가지 메뉴로 구성된 중국음식점이었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국밥과 냉면을 새로운 메뉴로 내걸었다. 서민 누구나 좋아하고 정겨움을 주는 대표 음식이 바로 국밥이기 때문이다. 당시 국밥은 1천 원, 냉면은 1천200원을 받았다. 두 음식은 지금까지도 대풍식당의 대표 메뉴다.

 1970년대 대풍식당 바로 인근에서는 쌀 공판이 열렸다. 매년 가을 정성 들여 추수한 벼를 가마니에 담아 창고에 내보내 판매하는 자리였다. 지금이야 인터넷이 발달해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계좌이체로 돈을 받지만, 당시에는 직접 가마니를 싣고 와 전표를 뗀 뒤 현금으로 돌려받았다. 손에 돈을 쥔 농민들에게 따끈한 국밥과 막걸리는 지나칠 수 없는 꿀단지와도 같았다. 그래서인지 공판날만 되면 식당 인근에는 경운기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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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시 강화군 교동면에 위치한 대풍식당 전경.
 명절 역시 대풍식당이 저절로 바빠지는 시기였다. 교동 곳곳에서 장을 보러 대룡시장을 찾는 주민들로 붐벼서다. 여기에 여객선을 타고 고향을 찾은 주민들 역시 대풍식당을 들렀다 가는 경우가 많았다. 남산포에 내리면 봉소리·상룡리·읍내리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으로 가기 위해 대룡리를 꼭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소를 팔고 교환하는 우시장 역시 대풍식당 인근에 있었다. 대룡리의 전성기는 곧 대풍식당의 전성기였던 셈이다.

# 외지에도 소문난 고유의 국물 맛

 예전 대풍식당의 주요 손님은 교동 주민들이었다. 당시 교동 내에서 유일하게 배달이 되는 음식점이었던 대풍식당은 모내기 등 논일을 하는 주민들에게 인기였다. 점심시간이나 새참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주문이 밀려들었다. 송순녀 사장의 아들 장상권(63)사장은 아버지가 만든 그릇 틀에 음식을 실어 오토바이로 배달하느라 바빴다. 비포장도로가 많았던 터라 의도치 않게 국물이 쏟아져 밥만 남기 일쑤였지만 주민들은 맛있다며 엄지를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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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풍식당의 대표 메뉴인 냉면과 고기국밥.
 대풍식당 음식의 맛은 송 사장이 오랜 시간 연구하고 실패를 거듭하며 찾아낸 비법에서 나온다. 송 사장은 특이하게 냉면 육수를 고기가 아닌 채소와 과일로 냈다. 당시 냉면이 건조가 돼서 나왔기 때문에 한참 끓여야 하는데다, 냉장시설도 별로였기 때문에 맛이 잘 나지 않아 오랜 시간을 들여 찾아낸 방법이다. 장상권 사장의 아내인 황민자(59)사장은 198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어머니를 도와 식당일을 했고, 국밥과 냉면을 만드는 방법을 차근차근 물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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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상권 사장의 아내인 황민자 사장이 식당 주방에서 손님들에게 대접할 음식을 정성껏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농기계 등의 도입으로 농사 짓는 기간이 짧아지면서 점차 배달 주문도 줄어들게 됐다. 동네 주민인 단골손님들이 꾸준히 식당을 찾아줬지만 자연히 배달은 하지 않게 됐다. 그러던 중 2014년 교동대교가 개통했다. 대풍식당의 주요 손님이 교동 주민들에서 외지인들로 바뀌게 된 계기다.

 장상권 사장은 "지금은 손님의 80% 이상이 외지인으로, 대부분 인터넷이나 방송을 통해 식당을 알게 돼 손수 찾아와주시는 분들"이라며 "따로국밥이 유명한 부산에서도 소문을 듣고 방문하는 분이 많은데, 음식을 먹어 보고는 맛있다며 포장해 가시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다"고 웃었다.

#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대풍식당을 한 번 찾은 손님들은 대부분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시 이곳을 찾는다. 학교나 직장 등으로 외지에 나간 교동 주민들도 휴가나 명절만 되면 고향을 찾아 대풍식당에서 외식을 한다. 심지어 김포의 한 부대 소속 군인이 교동으로 대민 지원을 나왔다가 대풍식당에서 식사를 했는데 그 맛을 잊지 못해 휴가를 맞아 가족들과 함께 국밥을 먹으러 온 적도 있다.

 그래서인지 황민자 사장은 50여 년간 이어온 맛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시집 오기 전 처음 맛봤던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지금까지도 지켜 오고 있다. 송 사장이 휴식을 마다하고 수없이 고민하며 비법을 연구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기에 애틋함도 크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수십 년간 단골손님이 끊이지 않는 이유 역시 초창기 송 사장의 음식 맛 덕분이라는 생각이다.

 대풍식당의 밑반찬은 오이소박이와 김장김치 단 두 개다. 장상권 사장이 직접 농사 지은 배추와 오이 등으로 황민자 사장이 담근 것이다.

 대풍옥으로 문 연 이후 50여 년간 단 한 번도 자리를 옮기지 않고 음식 맛마저 지켜오고 있다는 것은 장상권·황민자 사장의 자부심이다. 대룡리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이라는 책임감과 자부심으로 오늘도 이들 부부는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황민자 사장은 "손님들이 해 주는 말 중 가장 기분 좋은 칭찬은 역시 ‘맛있다’와 ‘예전 맛 그대로다’라는 말"이라며 "지금까지 장사할 수 있었던 힘은 꾸준히 식당을 찾아주는 손님들이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변함없는 맛과 좋은 품질의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사진=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정보=인천도시역사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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