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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 21C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올해 하반기를 결산하는 지난 30일 전 세계의 이목은 또다시 한반도에 집중됐다. 국가 간 외교관계 전례(前例)를 감안할 때, 좀처럼 이뤄질 수 없는 사안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정은 위원장이 서로에게 친서(親書)를 보낸 사실을 공표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전혀 배제할 수 없었지만,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통해 그 개연성을 내비치기는 했지만, 70여 년간 적대관계를 유지해 오던 이들 미국과 북한 사이에, 그것도 ‘중재자 역할’을 자임해 왔던 문재인 대통령까지 합세해 적대와 대결의 산물이었던 군사분계선(MDL) 비무장지대인 ‘판문점’에서 우리나라와 북한, 그리고 미국의 최고통치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 자체가 매우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로 평가할 만하다.

 이 때문에 내외언론은 가히 파격적이고 전격적이며, 상상(想像)하기조차 힘든 이번 회동에 대해 매우 큰 주목을 하면서 대서특필(大書特筆)을 하는 가운데 대결과 분단, 적대적 관계의 상징이 아닌 화해와 통합, 그리고 평화의 상징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알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비무장지대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군사분계선을 넘은 것은 이 지구상에 유일하게 잔존하고 있는 한반도의 냉전체제를 해체하는데 매우 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영향과 함께 정전협정 서명 이후 66년 만에 이뤄진 이번 회동, 그 중에서도 북한과 미국 정상 간의 만남에서는 앞으로 2∼3주내 실무협상을 재개할 것이라는 합의를 도출함으로써 지난 2월 말 하노이회담의 결렬 이후 꺼져가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의 불씨를 되살렸으며, 이는 곧 ‘비핵화와 대북제재 해제’를 둘러싸고 양국 간 보여왔던 상호 오해와 불신의 폭을 줄이는 가운데 합의점을 모색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번 회동에 대해 북한은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 등 관영매체를 통해 "북남조선과 미국의 최고수뇌부들이 분단의 선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만나는 역사적인 장면은 전 세계를 커다란 충격에 휩싸이게 했으며, 오랜 세월 불신과 오해, 갈등과 반목의 역사를 간직한 판문점에서 화해와 평화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평가하면서 "조미 두 나라 최고수뇌분들의 과감한 대용단은 뿌리깊은 적대관계로 반목질시해 온 두 나라 사이에 전례없는 신뢰를 창조한 놀라운 사변"이라 규정하기까지 했다.

 이런 평가를 감안해 볼 때, 북한 측은 앞으로도 대미관계 개선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 중심의 ‘톱다운’(Top Down) 방식의 접근을 하는 가운데 매우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처럼 이번 회동에 대해 마냥 ‘분홍빛 기대’만을 가져서는 안 될 것임을 과거의 여러 사례들이 시사해주고 있기 때문에 ‘뜨거운 가슴과 함께 차가운 머리’로 실질적인 한반도의 평화정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과 방안 마련에 한시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비핵화’의 개념과 범위, 비핵화 조치와 제재완화의 등가(等價)성, 영변핵폐기의 범위와 가치, 비핵화 로드맵 등에 관한 접점(接點)을 찾는 것은 사실상 매우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이번 회동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진전시키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지만, 그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차원에서는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하나씩 얽혀 있는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것처럼 신중(愼重)한 자세와 입장을 견지해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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