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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사연 인천문인협회 회장
6일 오후, 간석오거리와 부평삼거리 중간인 부평구 경인로 715에서는 인천시약사회 회관 이전 개관식이 김대업 대한약사회장과 제주도를 비롯한 7개 시·도지부 회장, 그리고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1970~80년대 인천시약사회관은 금창동 문화극장 뒤쪽의 헌책방 골목에 자리 잡고 있었다. 당시 회관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비좁아 두 사람이 부딪칠 정도였고 사무실도 매우 협소했다. 당시 정재훤 회장은 특유의 뚝심으로 주안3동 739-11에 대지를 마련하고 1990년 7월 19일 기공식을 한 후 회원들의 성금과 약업계의 협조를 받아 1991년 11월에 준공식을 가졌다. 28년이 지난 후 재개발사업으로 회관이 수용당하자 새로 선출된 조상일 회장과 이전추진위원들은 이전할 장소를 수소문한 끝에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을 마치고 역사적인 입주식을 가진 것이다.

 대지 819㎡에 건평 466㎡로 지하 주차장과 엘리베이터를 새로 설치한 3층 건물이다. 약사회에서 기록 영상물을 만든다며 사진 자료를 요구해 왔다. 다행히 1980년~90년대 기록은 현상한 사진을 앨범에 보관해왔고 2000년 초부터는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해 컴퓨터에 보관해 왔는데 2019년 3월 9일, 인천문인협회 회장에 당선된 후 바빠서 찾아볼 시간이 없었다. 인천문인협회의 급한 사무를 마친 후 4월 25일, 약국을 열던 간석동 건물 3층 살림집을 올라갔다. 2013년 5월, 모친이 영면한 서글픈 기억의 장소이기에 6년 동안 거의 들르지 않았더니 집안과 계단이 먼지로 가득했다. 몸살이 날 정도로 온종일 대청소를 한 후 80년대 앨범을 하나하나 들추기 시작했다. 드디어 혹시나 했던, 금창동(금곡창영)에 소재했던 인천시약사회 건물과 주안동 소재 회관 기공식 사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몇 가지 사진과 앨범을 챙겨 아파트로 돌아온 후 너무 피곤해 초저녁잠을 자고 새벽 3시에 일어나 사진을 스캔하기 위해 확인해 보았더니 아뿔사! 제일 중요한 현 약사회관 기공식 사진을 두고 온 것이다. 모친의 시신 모습이 떠올라 무섭기도 하고 내가 왜 서둘러야 하나 회의감이 들어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새벽 3시 반에 적막이 흐르는 텅 빈 3층 살림집으로 올라가 사진을 찾아온 후 출근길에 약사회 사무 직원에게 전달했다. 예전부터 카메라를 가까이 한 덕분에 임원도 아니면서 80년대 초반부터 전국 여약사대회 등 인천시약사회 행사를 촬영해 온 결과 요긴하게 자료를 제공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항상 그 분야에서 자기 주장이 가장 옳다고 여기지만 그렇지만도 않다는 사실을 이번 이전 추진 과정을 통해 깨달았다. 임시로 사무실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가 나중에 대지를 구입해 신축을 하자는 의견, 건물을 매입하되 리모델링은 융자를 갚고 난 후 천천히 하자는 의견 등 분분했다. 이때 리더의 역량이 두각을 발휘하는 것이다. 보상금으로 건물 매입비와 리모델링 비용을 치르려면 12억 원이 부족했다. 하지만 새 집행부는 27년 전처럼 이사회와 총회를 열어 회원 부담금을 정하지 않고 업계에 손을 벌리지도 않았다. 대신 조상일 회장이 솔선수범해 1억 원을 희사했다. 내가 남동구약사회장을 10년 역임한 끝에 인천시약사회장에 당선됐지만 현 회장은 15년을 역임하고 당선의 영예를 차지했다. 오랫동안 리더의 역량을 인정받은 덕분에 남동구약사회 회원 중에서 1억 원을 희사한 분이 나타났고 각 지역에서 스스로 주머니를 열었다.

 그뿐 아니라 회장이 3개월 동안 내 일을 제쳐놓고 공사현장에서 인부들의 잡일을 돕고 간식을 챙겨주며 밤늦게까지 중노동을 하니 회원들도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결과 개인 283명과 24개 단체로부터 들어온 성금은 총 7억625만 원이었다. 강의실 한 곳은 1억 원을 희사한 문금란 약사의 이름을 따 ‘금란홀’ 명패를 걸었지만 회장은 자신의 이름을 마다하고 아름다운 동행을 뜻하는 ‘동행 카페’ 명패를 호텔 수준으로 리모델링한 카페 문 앞에 걸었다. 6년간 직원들과 함께 주안동 소재 약사회관에 상근했던 나는 옛정이 각별했기에 얼마 안 있으면 철거될 주안동 회관을 찾아가 눈물을 흘리곤 했다. 하지만 새로 마련된 회관의 테이프를 끊고 구석구석을 찾아보는 순간 아쉬움과 슬픔을 지울 수 있었다고 축사 순서에서 소감을 피력했다. 인천시약사회의 세 번째 마당인 십정동 시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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