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발동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에 나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보복 조치에 대해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일본 측이 경제 제재 보복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여러 가지 다양한 대응 조치를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경기도 역시 피해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일본 제품의 독과점 현황 전수조사를 하는 등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 조치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곳이 경기도 내 기업이란 분석 때문이다. 이번 보복조치를 두고 국내는 물론 일본 내에서도 참의원(상원) 선거를 겨냥한 노림수란 평가가 많다. 일본의 집권 자민당이 선거를 앞두고 ‘한국 때리기’로 표를 모으려는 술수가 아니냐는 의심이다. 어느 나라건 선거 때면 이슈 하나쯤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정치사를 돌아봐도 선거 때 자주 등장했던 북풍(北風)이 그런 셈이다. 정치를 하다 보면 바람몰이는 당연한 것일 수 있다. 정치에는 순풍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역풍에 대한 고민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의 이번 조치가 선거에 득이 될지는 의문이다. 이미 일본 주요 일간지들이 사설 등을 통해 아베 정부의 조치를 비판하고 나섰다. 수출규제 조치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여론이 일본 내에서도 팽배한 것이다. 한국을 겨냥한 칼 끝이 자신에게 돌아올 수도 있다. 결국 이번 경제보복 조치로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줄면 일본 업체가 생산하는 유리기판, 반도체 제조장비 등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국내 경제 상황을 한 번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본이 수출허가 심사를 받도록 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 에칭가스 3개 품목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과정에서 꼭 필요한 화학 소재다. 전체 수입품 중 일본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40~90%에 이를 정도로 일본 의존도가 높다. 현재 경기도는 일본 독과점 기술이나 제품의 국산화를 추진하거나 국산화에 성공한 국내 기업에 연구개발 예산과 사업화 등에 필요한 자금을 최우선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일을 발판 삼아 소재 수입처의 다변화나 국산화 비율을 높이는 등 국내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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