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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범 아나운서
지난달에는 전국의 여러 곳에서 강연 활동을 하느라 무척 분주하게 보냈습니다. 안양시에서 주최한 안양시민학당에서는 김창옥 교수와 함께 ‘가족 소통’ 시리즈 특강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인천시 연수구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소통의 법칙’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인천국제공항의 치안을 담당하는 인천국제공항경찰단의 초청으로 ‘부모의 말이 바뀌면 자녀의 인생이 바뀐다’ 특강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공항경찰단의 특강은 경찰이라는 근무 특성상 교대근무 시간을 감안해서 이틀에 걸쳐 진행했습니다. 조직을 이끄시는 인천국제공항경찰단장 이충호 경무관께서는 ‘세계 최고 공항’의 치안을 책임지고 있다는 매우 강한 자부심을 갖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항상 조직원들과 함께 소통하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상기한 곳들은 물론이고 강연자로 초대해 주시는 곳 거의 모두가 ‘원기범 아나운서 초청 소통 특강’이라는 포스터나 플래카드를 만들어서 게시해 주시고 여기저기 홍보도 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홍보는 청중들과 미리 ‘소통’하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소통의 본질과 방법에 대해서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역설적으로 그만큼 ‘불통’의 시대를 살고 있지 않나 반문해 보게 됩니다. 홍수 때에 오히려 마실 물이 귀한 것처럼 모두가 소통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불통’의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소통’은 퍽 중요한 화두입니다. 인간 생활에 가장 기본이 되는 조건임과 동시에 문화, 역사, 교육, 철학, 경제, 정치 등 모든 분야의 연결점이 되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근 100년 동안 심리학과 더불어 가장 많은 학문적 연구가 진행된 분야이기도 합니다.

 ‘밀러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심리학과 조지 밀러 교수가 제시한 소통의 원칙입니다. 핵심은 ‘어떤 사람의 말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말이 사실이라고 가정한 뒤에 팩트(Fact)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상대방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라는 뜻이 아니라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을 철저히 배제한 상황에서 상대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라는 의미입니다. 자기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선입견 없이 상대방과 바른 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 번 강조한 대로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소통의 전제 조건입니다. 일방적으로 ‘나’를 전하는 것은 소통이 아닙니다. 이러한 노력에는 반드시 ‘말’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작은 몸짓 하나, 눈빛 하나가 상대방의 본심을 읽게 되는 단초가 되기도 합니다. 언어적 요소보다 비언어적 요소(non-verbal communication)가 훨씬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입 밖으로 내지 않은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과연 어떨까요? 진정한 소통을 원한다고 입으로는 말하지만, 실제로는 마음속으로 타인을 ‘색안경’ 쓰고 바라보고 있지는 않습니까? 혹은 외형만 보고 내면은 외면한 채 지독한 선입견에 사로잡혀 왜곡된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까? 안타깝게도 이러한 장면들은 우리가 사는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심심치 않게 목도되곤 합니다.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해서 밀어붙이기 식으로 일 처리를 한다든지, 자신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남의 생각은 깡그리 무시한다든지, 혹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론을 호도한다든지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소통은 ‘나’보다는 ‘우리’를 생각할 때 비로소 빛을 발합니다. ‘나’만을 위한 길이 아닌 ‘우리’가 함께 잘 살아가는 길을 모색할 때 진정한 소통의 문이 열리는 것입니다.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을 최대한 배제하고 편견 없이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소통의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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