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 "무엇보다 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도 화답해 주기를 바라며, 더 이상 막다른 길로만 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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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대통령, 30대 기업과 일본 수출규제 조치 대책 논의
(서울=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30대 기업을 만나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원태 금호아시아나 부회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황창규 KT 회장, 허창수 GS 회장, 구광모 LG 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문 대통령,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황각규 롯데 부회장, 김병원 농협 회장.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 그룹을 포함해 총자산 10조원 이상인 국내 대기업 30개사 총수 및 CEO들을 불러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한 자리에서 "우리 정부는 일본의 부당한 수출제한 조치의 철회와 대응책 마련에 비상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8일 일본 측의 조치 철회를 처음으로 공식 요구한 데 이어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조치를 거듭 촉구한 것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일본의 조치 철회와 함께 양국 간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하면서 한국기업에 실제로 피해가 발생하면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일본 조치가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국제적 공론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우리 경제에 타격을 주는 조처를 하고 아무런 근거 없이 대북제재와 연결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양국 우호와 안보 협력 관계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국의 경제에도 이롭지 않은 것은 물론 당연히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므로 우리는 국제적인 공조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조치를 '정치적 목적'이라고 규정한 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이를 한국의 대북제재와 연결한 데 대해 사실상 강한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은 지난 1일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한국에서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했다고 밝힌 데 이어 7일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한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제대로 지켜야 한다는 근거 없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는 내부 요인에 더해 대외적인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진단한 뒤 "보호무역주의와 강대국 간 무역 갈등이 국제교역을 위축시키고 세계 경제 둔화 폭을 더 키우고 있다"며 "그것만으로도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데 거기에 일본의 수출 제한조치가 더해졌다"고 언급했다.

특히 "외교적 해결 노력에도 사태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매우 유감스러운 상황이지만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례 없는 비상 상황인 만큼 무엇보다 정부·기업이 상시로 소통·협력하는 민관 비상 대응 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며 "주요 그룹 최고경영자와 경제부총리·청와대 정책실장이 상시 소통체제를 구축하고 장·차관급 범정부지원체제를 운영해 단기적·근본적 대책을 함께 세우고 협력해나가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단기적 대책으로 문 대통령은 "우리 기업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수입처의 다변화와 국내 생산의 확대 등을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며 "인허가 등 행정절차가 필요할 경우 절차를 최소화하고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빠른 기술개발·실증·공정테스트 등을 위해 시급히 필요한 예산은 국회의 협조를 구해 이번 추경예산에 반영하겠다"며 "국회도 필요한 협력을 해주시리라 믿는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근본적 대책으로 "이번 일이 어떻게 끝나든 이번 일을 우리 주력산업의 핵심기술·핵심부품·소재·장비의 국산화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특정 국가 의존형 산업구조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며 "정부는 부품·소재·장비 산업의 육성과 국산화를 위해 관련 예산을 크게 늘리겠다"며 "세제·금융 등의 가용자원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만으로는 안 되고 기업이 중심이 돼야 하며 특히 대기업의 협력을 당부드린다"며 "부품·소재 공동개발이나 공동구입을 비롯한 수요기업 간 협력과 부품·소재를 국산화하는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더욱 확대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과 정부가 힘을 모은다면 지금의 어려움은 반드시 극복하고 오히려 우리 경제를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오늘 우리의 만남이 걱정하시는 국민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우리 경제가 늘 그래왔듯이 함께 힘을 모아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낼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응하고 타개할지 여러분 말씀을 경청하고자 한다"며 "정부·기업 간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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