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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수 대림대 교수
우리나라의 징용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불만으로 그동안 언급됐던 경제보복이 드디어 시작됐다. 우리의 주력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중 가장 핵심이 되는 3가지 원료의 수출 제한조치가 취해지면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소재는 일본이 90% 이상을 공급하는 우리의 의존도가 가장 높은 소재 종류라 할 수 있다.

 일본의 치졸한 경제보복은 우리 기업뿐만 아니라 일본 재계에서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수출제약으로 해당 기업의 한국 수출은 물론 일본이 수입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메랑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가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도 영향을 끼치면서 애플 등 다른 글로벌 기업에도 큰 주름살을 줄 수 있다. 즉 우리와 더불어 일본은 말할 필요가 없고 글로벌 시장에도 기하급수적으로 손실이 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국가 간의 글로벌화는 한쪽만의 손해가 아닌 서로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중일의 문화적 공감대가 아닌 정치적인 이유로 문제가 발생한 만큼 양국 정부의 책임은 가장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정경유착의 사례가 각 국가에서 일고 있고 보호주의와 자국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외교적으로도 고립돼 가고 있지만 무엇보다 안팎으로 얻어맞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동맹국인 미국의 경우도 트럼프 대통령의 좌충우돌로 철강재를 시작으로 각종 제품에 대한 관세가 무작위로 부가되면서 심지어 주한미군 방위비 부담 문제까지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 시장에 수입되는 외국 자동차에 대한 관세 25% 부과를 6개월 연장하면서 아직 우리나라는 안심의 단계가 아니다. 국내 시장에서 최대 80만 대에 이르는 완성차 수출이 관세부과로 가로막힌다면 언급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는 제외될 것이라고 안심하기에는 우려 사항이 큰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요소이다.

 중국은 화풀이식 사드 문제를 부각시키면서 우리의 중국 시장이 반 토막 나는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으며, 이러한 대국답지 않은 행위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관광객의 입국 금지는 아직도 진행형이고 특히 며칠 전에는 베이징 시내의 광고 전광판을 2025년까지 베이징시와 계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철거를 당하면서 심각한 재산 피해를 받고 있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유도 없이 일반 글로벌 시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중국 내에서는 일방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해 심각한 재산적 피해를 받고 있는 만큼, 일반 글로벌 시장과 중국 시장은 별도로 판단하고 운영해야 하는 교훈을 확실하게 주고 있다.

 이번에는 일본까지 우리에게 경제보복을 하면서, 강대국의 다양한 경제적 심적 피해를 동네북 식으로 사방에서 당하는 약소국의 비애를 느끼고 있다. 동시에 강대국의 논리가 글로벌 사회를 지배하는 현명하지 못한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각자 능력껏 알아서 살아야 하는 시대로 돌입했다.

 현 시점에서는 현명한 정부의 판단과 철저하고 냉철한 실행이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으나 현재까지는 정부의 대책은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다.

 현재 일본의 경제보복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반도체 장비나 철강 원자재는 물론 심지어 자동차 분야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도 전기차의 모터나 컨트롤러 시스템은 물론 배터리 전해질막이나 수소 탱크용 소재, 자율주행차용 센서와 시스템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의 제재도 고민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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